인천 남동구의 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 휴먼시아 단지. 총 20개 동을 반으로 나눠 두 건설사가 각각 시공했다. 겉모습은 물론 벽지와 싱크대 등 내장재의 색과 모양은 같았지만, 다른 자재를 사용했다.
2008년 5월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진 입주 당시엔 하자가 미미했다. 하지만 폭우가 잦았던 여름 장마철과 강추위가 기승을 부린 겨울을 지나면서 시공사별 단지 입주민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B건설사가 지은 건물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많은 비가 쏟아질 때마다 1층과 지하는 물바다가 됐다. 일부 동 지하에선 젖은 천장이 떨어져 아찔한 장면도 연출됐다. 고인 빗물이 엘리베이터로 흘러 고층 입주민도 불안하긴 매한가지였다.
입주 1년이 지나자 B건설사 동의 세대별 하자는 급증했다. 창틀이 주저앉아 창을 열기 힘들다는 신고부터 결로와 곰팡이로 인한 복도 악취가 심해졌다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별다른 하자가 없는 A건설사와 달리 B건설사의 부실공사 의혹도 잇따랐다.
대대적인 보수는 5년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입주민 박순옥(55ㆍ가명) 씨는 “입주 1년 차에 하자 보수가 이뤄진 바로 앞 민간아파트를 보면서 민간과 공공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며 “임대아파트라 ‘그러려니’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 더 씁쓸했다”고 토로했다. 하자와 부실은 명백히 다르지만, 원인은 같다. 원가 절감이다. 건설사의 비용 운용능력에 따라 결과물이 다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임대주택의 공사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LH도 인정했다. 최근 경영 기조를 ‘원가 절감’에서 ‘품질 확보’로 전환한다고 밝힌 박상우 사장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그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는 회사 형편이 어려워 원가 절감이 제1의 경영방침이었다”며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는 문제지만, 품질을 높여야 임대주택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간 LH는 공사비와 시공, 하자담보 등 전 과정에서 나름의 기준을 세워 운영했다. 비용 절감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실제 대한건설협회가 최근 3년간 LH 공사를 수행한 건설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건설사 10곳 중 8곳(78%)이 ‘예정가격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타 발주기관보다 예정가격이 낮다’는 답변도 70%를 차지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가 적은 데다 상향조정 요구가 실현되기 힘든 구조적 문제로 사업 참여를 꺼리는 업체도 많았다”며 “시공을 맡은 건설사도 이익보다 사회공헌에 가까운 심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긍정적인 부분은 LH의 태도 변화다. 문재인 정부의 ‘주거복지 로드맵’과도 맞닿아 있다. 종합심사낙찰제 낙찰률 인상과 주거품질통합서비스 ‘LH 큐플러스’를 민간에 위탁하는 시도가 200만 호 시대로 향하는 임대주택 정책에 ‘사회적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임대주택의 그늘이 짙어질수록 님비(NIMBY)시설로 인식하는 사회적 현상이 잦아질 것이란 한 부동산 전문가의 이야기가 귓전을 맴돈다. 껍데기만 보는 시대는 지났다. ‘휴거(휴먼시아 거지)’를 지우려 개명(改名)하는 것보다 입주민의 만족도가 우선이다. 사회적 갈등 해소와 공동체 정서 조성도 결국 여론이 변곡점이기 때문이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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