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격차도 오히려 확대…속도조절론 비등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올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자영업과 소상공인이 주로 포진돼 있는 도소매 및 숙박음식점업의 취업자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이로 인해 소득격차가 오히려 확대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최저임금이 소득주도 성장을 견인하기까진 시간이 걸리는 반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이 단기적으로 고용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위기를 맞으면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 제기되고 있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확충해 양극화를 줄이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정책 목표엔 공감하지만, 현실을 감안해 최저임금 인상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도소매ㆍ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올 1분기에 1년전보다 9만8000명 줄어든 데 이어 4월에도 -8만8000명의 큰폭 감소세를 지속했다. 도소매ㆍ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지난해 1분기에 12만6000명 증가한데 이어 2분기에 증가폭이 5만명으로 크게 둔화되고, 3분(-1만1000명)와 4분기(-1만2000명)에 1만명대의 감소세를 나타낸 후 올들어 감소폭이 대폭 확대된 것이다.

도소매ㆍ숙박음식점업 취업자가 이처럼 급감한데에는 여러 원인이 제기되고 있고, 여기에는 올해 최저임금을 16.4% 인상한 것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 사드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관련 업종이 큰 타격을 입어 취업자수 증가속도가 급격히 둔화~소폭 감소한데 이어, 올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겹치면서 고용충격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 1분기 소비(소매판매)가 전년동기대비 5.0% 증가했음에도 도소매ㆍ숙박음식점업의 취업자가 크게 줄어든 데에는 내수 부진으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특이요인이 있기 때문이며, 그 특이요인 가운데 하나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장기적인 시계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주 부산 벡스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잠정ㆍ중간 연구로는 최저임금 인상이 올해 1분기 고용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는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면서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긴 시계열로 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부의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오히려 저소득층의 일자리 감소로 소득불균형이 심화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통계청의 올 1분기 가계소득 조사 결과를 보면 소득 하위 20%의 명목소득(2인 이상)은 128만67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 감소해 2003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큰폭으로 줄었다. 반면 상위 20% 가구의 명목소득은 1015만1700원으로 9.3% 늘었다.

이는 소득이 없거나 매우 적은 고령인구가 증가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저소득층 일자리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3조원 규모의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은 임금부담을 줄이기 위해 단기적으로 고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의 첫 단추로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을 추진했지만, 저소득층 소득확충→양극화 완화→경제활성화→일자리 확대 등 선순환이 나타나기 이전에 부작용이 먼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최저임금이 고용ㆍ경제에 미치는 영향, 시장과 사업주의 수용성 정도를 감안해 최저임금 인상을 신축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속도조절론이 힘을 얻고 있다. 김 부총리도 “특정 연도를 목표로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거나 쉽지 않다면 신축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해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


hj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