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해롭다고 해 갈아탄지 며칠밖에 안됐는데…” -끊이지않던 유해성 논란에 결론 제시되자 당혹 -“이 참에 끊어야 하나”…애연가들 이래저래 곤혹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정말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더 해로운 거야?”
“니코틴은 그렇다치고 발암물질인 타르가 일반담배에 비해 90%이상 적다고 해서 바꾼건데….”
20년 애연가인 직장인 박모(45) 씨는 동료들과 점심식사 후 여느때처럼 회사인근 흡연구역에서 호기롭게 전자담배를 꺼내 들었다가 후배사원이 전한 식약처발(發) 권련형 전자담배 소식을 듣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난 7일, 광화문 등 회사가 밀집한 지역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온 직장인들의 화제는 단연 전자담배였다. 흡연구역에 삼삼오오 모인 이들 10명 중 4명 이상은 전자담배를 입에 물고 있었다. 이들의 당혹감은 눈에 띌 정도였다. 김모 씨는 “덜 해롭다는 전자담배로 갈아탄지 일주일 정도 밖에 안됐는데, 충격을 떠나 배신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오늘로 담배를 끊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필립모리스가 지난해 5월 ‘아이코스’를 내놓으며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아이코스는 출시 11개월만인 올해 3월 월 판매량이 2400만갑(총 판매량 1억6300갑)까지 치솟았고 시장점유율은 8.8%에 이르렀다. 이후 글로(브라이트 토바코ㆍ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 릴(체인지ㆍKT&G) 등이 차례로 출시되며 빠르게 담배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다.
하지만 전자담배는 출시 초부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 출시후, 자사의 전용담배인 ‘히츠’에 대해 “과학연구 용도로 개발된 표준담배(reference cigarette)와 비교해 유해한 화학물질(타르)이 평균 90~95% 적게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지만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 등의 자료에 따르면 전용궐련인 ‘히츠’ 연기에서 발생하는 타르 성분 함유량은 1개비당 약 0.9㎎로 ‘순한’ 담배로 알려진 일반담배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필립모리스가 제시한 표준담배의 1개비당 타르 9.4㎎, 니코틴 0.726㎎을 함유하고 있어 애초부터 ‘고타르’의 담배와 비교한 것이라는 논란이 그것이다.
또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린 ‘담뱃갑 경고그림 시행 1주년 기념 담배규제 정책포럼’에 참가한 스위스 산업보건연구소(이하 연구소)의 오렐리 베르뎃 연구원은 “일반 담배의 배출 성분을 비교한 결과 ‘아이코스’에서도 국제암연구소 1군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 벤조피렌이 검출됐으며 아크롤레인, 크로톤알데히드, 벤즈안트라센 등 유해물질도 나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해성 논란’이 거세지자 식약처는 지난해 8월부터 국내에 시판중인 전자담배 3종의 유해성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를 서둘렀고 지난 7일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해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몸에 해롭고 오히려 타르 함량이 더 높아 더 해로울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식약처는 전자담배에서 니코틴과 타르는 물론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담배에서만 특이하게 검출되는 니트로소노르니코틴 등 국제암연구소(IARC)가 규정한 1급 발암물질도 5개나 나왔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또 식약처는 “세계보건기구(WHO) 등 외국 연구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근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식약처의 이같은 발표에 대해 필립모리스 측은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 함유량을 측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일반담배와의 유해성을 비교한 식약처의 평가는 잘못된 것”이라며 “타르는 불을 붙여 사용하는 일반담배에 적용되는 것이며 연소가 발생하지 않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적용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반박했다.
하지만 필립모리스 측의 이같은 반박은 전자담배의 가열방식을 말하는 것일뿐 결국 유해성분이 일반담배에 비해 90% 이상 현저히 적다는 출시 초기의 홍보와는 배치되는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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