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TAPAS=윤현종 기자] 낮다. 매우 낮다.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서 한국이 멕시코를 이길 확률이다. 서울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확률보다 낮다.
영하의 날씨처럼 차갑고 싸늘한 현실. 분수로는 5분의 1. 숫자로 20%가 채 안 되는 승리 가능성. 경기를 코앞에 둔 현재. 팬들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지표다.
얼마나 낮은 확률인지 체감할 필요가 있다. 졌을 때 더 실망하기 싫어서다. 그래, 어차피 이길 가능성은 이 정도로 낮았어. 위안이라도 삼기 위해서다. 선수들의 ‘몸부림’과 달리 팬심은 나약하니까.
■ 멕시코 전 승리 확률:10%∼15% 우선 해외 베팅업체들이 내놓은 배당률로 승리 가능성을 계산해봤다. 가장 유명한 윌리엄힐ㆍ베트(bet)365 등 28개 업체가 분석한 배당률 평균은 17/3.6이다. 쉽게 말해 3만6000원을 걸어서 한국이 이기면 상금 17만원과 원금을 합쳐 20만6000원을 가져갈 수 있단 뜻이다. 숫자로 환산하면 5.72배의 배당률이다.
승리 확률은 배당률과 베팅업체의 환급률 수준(업체들이 자기수익을 빼고 내기 참가자에게 돌려주는 비율)에 기초해 뽑을 수 있다. 답은 15%.
시뮬레이션 결과는 더 낮다. 이길 가능성 10%. 피파온라인4를 통해 F조 멕시코와 한국 경기를 100회 진행해본 결과라고 한다.
■ 서울 화이트 크리스마스 확률:약 33% 멕시코 전이 있는 날. 팬들의 환호성으로 서울서도 ‘인공지진’이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보단, 차라리 올 겨울 성탄절에 눈이라고 오게 해달라고 비는 게 현실적일 수 있다. 기상청 공식데이터에 따르면 1981년∼2016년 간 12월 25일에 눈이 내린 건 12차례였다. 36년 간 열 두 번이었으니 33%정도의 확률이다. 멕시코 전을 이길 가능성보다 높다.
기상청 자료를 더 들여다봤다. 지난해 성탄절엔 서울에 눈이 왔을까. 이 날 일강수량은 0㎜였다.
■ 실수로 산불 낸 사람 붙잡을 확률:약 15%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산에 올랐다가 실수로 불을 내 발생한 화재는 지난해 254건. 이 가운데 범인이 잡힌 사례는 39건 뿐이었다. 수치로는 15.3%다. 산을 이용하는 사람이 워낙 많아 현장 감시에도 한계가 있다는 게 소방당국 설명이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게다가 산불 발화지점은 불을 완전히 끈 뒤에야 알 수 있는데, 진화에 길게는 달포까지 걸리는 산불을 낸 범인을 잡는 건 엄청난 ‘애로사항’이 꽃필 수 밖에 없다. 월드컵서 한국이 멕시코의 불같은 기세를 잡는 것도 이렇게 어렵다.
■ 시속 60km 차량에 치여 ‘죽지 않을’ 확률:20% 교통안전공단 실험결과다. 인체모형과 시속 60km로 달리는 차량이 충돌할 때 발생하는 상해치로 측정했다. 사망 확률은 80%로 나타났다. 차량 속도가 높을 수록 중상 가능성이 높아졌고, 다치는 부위도 머리에 집중됐다. 다시 말해, 목숨만 붙어있을 정도로 생존할 가능성이 20%란 뜻이다.
이 20%보다 낮은 확률로 한국이 멕시코를 잡더라도, F조에서 한국팀이 처한 상황은 산소호흡기를 장착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다음 상대는 독기를 잔뜩 품은 전차군단. 독일이다.
■ 한반도 전쟁 일어날 확률:20% 글로벌 금융그룹 UBS가 한반도 투자실행 여부를 점치기 위해 자체분석한 결과다. 중요한 건 이같은 수치를 도출한 시점이다. 지난해 10월. 북한과 미국이 한창 ‘말 폭탄’을 주고받으며 으르렁거리던 때였다.
심지어 UBS 싱가포르 투자책임자인 켈빈 테이는 당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전쟁 가능성 20%라는 수치도 보수적으로 높게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약 8개월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포옹했다. 6월엔 싱가포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했다. 전쟁 가능성은 20%. 아니 그 어느 때보다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이번 월드컵서 한국팀이 멕시코를 이길 확률은, 김정은과 트럼프 사이가 정상회담 결과를 다시 백지로 만들고 루비콘 강을 건널 가능성 만큼이나 낮다는 의미다.
■ 두산베어스가 올해 KBO 우승 못할 확률 : 14% 어디까지나 6월 성적 기준이다. 22일 현재 한국 프로야구 리그(KBO리그) 1위 팀 두산베어스가 지금 순위 그대로 정규시즌을 마친 뒤, 최강자를 가리는 한국시리즈에 직행했을 때를 가정했다.
KBO리그는 1989년부터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를 거친 승자가 정규리그 1위 팀과 맞붙는 챔피언 결정 방식을 택했다. 2017년까지 29년 간, 일종의 ‘하위팀 반란’이 있었던 사례는 1989년ㆍ1992년ㆍ2001년ㆍ2015년 4차례 뿐이었다. 페넌트레이스 1위가 우승트로피를 들지 못할 확률은 14%정도 된다. 원래 이기던 팀이 그냥 이길 가능성이 그만큼 높단 뜻이다.
한국팀도 ‘업셋 월드컵’을 간절히 바라지만,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도전자를 응원하는 관객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기본적으론 그것 하나다.
기자가 아닌 팬 입장에서, 정말 기본만 했으면 한다. 그래야 딱 90분 간 만이라도 ‘동화’를 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까.
냉정한 현실 소개는 여기까지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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