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새 5조7000억 자금이탈 개미, 신용공여 한도 ‘간당간당’ 큰손 국민연금도 여유자금 소진
외국인 투자자들의 ‘셀(sell) 코리아’가 연일 증시를 끌어내리고 있는 가운데, 공백을 보강할 내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여력마저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개인투자자들 수급의 토대가 될 증권사의 신용공여는 한도에 다다랐고, ‘큰 손’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에 배분한 여유자금도 이미 소진된 상황이다.
그러나 외국인 귀환을 막고 있는 미ㆍ중 무역분쟁 리스크에 대해 당분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들어 전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누적 기준 3조6400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매도 규모가 확대되기 시작했던 지난해 7월 이후로 기간을 확장할 경우 순매도 규모는 5조7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난다. 지난 2016년 초 이후 유입된 외국인 자금 약 23조원의 4분의1이 최근 1년새 빠져나간 것이다.
문제는 내국인의 수급 여력도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개인이 휘청이는 증시를 받쳐줄 만큼의 투자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예탁증권담보융자, 신용거래융자 등 증권사 신용공여까지 동원한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현재 24개 국내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신용공여 잔고 비중은 약 90% 수준으로, 신용공여 한도(자기자본의 100%)에 다다른 상황이다.
대형증권사 초대형IB로 지정된 증권사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회사의 신용공여 한도가 지난 2월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자기자본의 200%로 늘어날 예정이지만, 이 역시 오는 9월부터 적용돼 당장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대표적 기관투자자인 연기금의 사정도 녹록치 않다. 우선 국민연금의 경우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말 21% 수준이었던 국내 주식 비중을 내년 말까지 18%로 줄이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상태이고, 올해 국내 주식에 배분한 여유자금은 9400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은 이미 유가증권시장에서 9500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순매수했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연금 성장기 수익률 제고를 목적으로 위험자산 비중을 확대시킨 연기금이 국내 증시 버팀목이 돼 왔는데, 올해의 경우 하반기 매수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 귀환에 대한 절실함은 높아지고 있지만, 신흥국에 대한 글로벌 투자심리가 회복될 조짐은 요원하다. 미ㆍ중 무역분쟁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심리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무역전쟁의 불확실성과 위안화 약세 등으로 인해 위험자산인 주식의 타격이 컸고, 그 중에서도 신흥시장의 위축이 두드러졌다”며 “그러나 선진국 주식 역시 적지 않은 하락을 기록하며 세계 공동의 문제로 전이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신흥국 주식시장의 성과가 무역 환경 개선과 맥을 함께 해 온 만큼, 무역분쟁의 해소 조짐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국내 주식에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미국 중간선거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지지율 확보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며 “적어도 25%의 대중 관세 부과가 발효되는 내달 6일까지 약 10일 동안은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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