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사람도 괴로운 다한증…최악의 폭염에 울상 -대중교통 민폐족 취급…신체 닿으면 승객들 ‘눈살’ -“식은땀 아닌데…소심한 사람 낙인 찍기도”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직장인 조모(29) 씨는 퇴근길 지하철이 두렵다. 종일 땀에 젖었다 말랐다를 반복한 셔츠와 바지에서 나는 땀냄새에 주변 사람들이 인상을 찌푸리기 때문이다. “쉰내 난다”며 대놓고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은 후로 자신감은 더욱 떨어졌다. 그는 “데오도란트도 뿌리고 속옷도 갈아입어 보지만 방법이 없다”며 “사람들과 밀착하면 기분 나쁜 듯 헛기침하거나 크게 한숨을 내쉬기도 해 움츠러든다”고 말한다. 그에겐 발 디딜틈 없는 9호선에 몸을 밀어넣으려다 탑승을 포기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올해 무더위가 최악의 폭염으로 불리던 1994년 기록을 연일 경신하는 가운데, 다한증으로 고생하는 이들의 고충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다한증이란 체온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필요 이상으로 열이나 감정적인 자극에 반응해 비정상으로 많은 땀을 흘리는 증세다. 우리나라 국민의 0.6~1% 정도가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다한증은 자의로 조절할 수 없는 질환이지만 주변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비교적 쾌적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다한증 직장인의 경우,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흘러 에어컨 온도를 더 낮추고 싶지만 다른 직원들 눈치에 쉽지 않다. 정장 출근하는 사무직 정모(30) 씨는 “땀이 너무 날 땐 정장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올리고 싶은 심정이다”며 “탁상용 무소음 선풍기를 구입해 겨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야외에서 일하는 경우 고충은 더욱 심각하다. 영업직 직장인 이모(28ㆍ여) 씨에게 이번 폭염은 유독 잔인했다. 이 씨는 “외부에서 고객을 만나야할 상황이 많다보니 하루 1시간은 뙤약볕에서 땀을 줄줄 흘리곤 한다”며 “대인업무여서 깔끔한 모습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여름엔 가방끈 맨 어깨가 땀으로 흠뻑 젖어버린다. 화장도 다 지워져 흘러내린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겉으로 속옷 자국이 비치지 않게 하려 러닝셔츠를 덧입거나 덜 시원한 옷을 입어야 하는 경우도 있어 더욱 덥다”며 “두겹으로 젖은 옷, 두꺼운 소재 상의는 땀이 쉽게 마르지 않아 항상 축축하고 땀띠도 쉽게 난다”고 말했다.

다한증은 가진 사람들은 땀이 많이 나는 질환 자체도 힘들지만 주위의 냉대와 눈살이 더욱 힘들다고 말한다. 땀을 많이 흘리는 모습이 사회 생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 씨는 “땀 냄새가 난다거나 보기에 좋지 않다고 느끼는 것을 떠나 인격까지 평가당하기도 한다”며 “긴장하거나 당황해서 식은 땀을 흘리는 게 아닌데도 소심하거나 자신감 없는 사람으로 보는 경우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관련 조사 결과로도 나타난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567명을 대상으로 ‘여름철 최악의 근무복장’을 조사한 결과 남자직원의 52.9%, 여자직원의 49.4%가 ‘땀냄새 등 냄새나는 옷’을 가장 많이 꼽았다. 위메프가 2015년 20~30대 500명을 대상으로 ‘여름철 꼴불견’을 조사한 결과 ‘땀냄새’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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