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남주 기자]1963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라면은 이제 50여년의 세월을 흘러 한국인의 삶에서 빼놓을래야 빼놓을 수 없는 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오랜 세월 남녀노소의 입맛을 사로잡은 라면은 변하지 않은 듯 보이지만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했다. 1960년대 닭고기 국물에서 시작해 한국민이 좋아하는 소고기 국물의 라면, 그리고 최근의 모디슈머 열풍을 불러온 국물 없는 라면에 이르기까지 라면의 진화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지금도 진화하고 있는 라면의 변화 모습을 살펴보았다.
▶면발의 변화=우리나라 사람들이 라면을 생각할 때 공통적으로 떠올리는 것은? 바로 꼬불꼬불한 면의 모양이다. 라면의 면발은 원래 그렇다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칼국수든 짜장면이든 아니면 스파게티든 꼬불꼬불한 면으로 되어있으면 한국사람들은 비로소 그것을 ‘라면’으로 인식한다.
3~5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조리가 가능하다는 크나큰 장점이 있는 라면의 간편함은 면을 기름에 튀김으로써 가능해진다. 원리는 간단하다. 밀가루로 만든 국수를 기름에 튀기면 국수 속의 수분이 순간적으로 증발하고 아주 미세한 구멍이 생기는데, 그 미세한 공간이 전체의 표면적을 넓게 해준다는 것이다.
뜨거운 물과 닿는 면적이 넓어지니 더 빨리 익을 수 있는 것이다. 구멍 숭숭 뚫린 스폰지가 많은 양의 물을 흡수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튀기는 과정에서 수분이 없어지는 덕분에, 라면은 빨리 익고, 오래 보존할 수 있으며, 또한 국물이 스며들어 더 맛있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라면의 형태를 유탕면이라고 한다.
라면의 면발은 2000년 들어 웰빙에 대한 국민적 관심에 따라 또 한번 극적인 변화를 시작하고 있다. 단순히 한 끼를 때우는 식품이 아닌 ‘건강’까지를 소비자들이 요구하기 시작한 것. 기름에 튀긴 면발은 기본적으로 지방함량과 열량이 높을 수 밖에 없는데, 라면업계도 이러한 시대적 변화요구에 적극 부응하기 위해 튀기지 않은 라면을 만들어 내고 있다.
또 밀가루에서 감자, 보리 및 쌀 등 면의 원료를 다양화하는 변화가 나타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고 있다. 농심 쌀국수 제품들은 면중 쌀 함량을 80%로 높인 제품을 출시했다. 이러한 시장 상황에 따라 최근에는 삼양식품에서는 기름에 튀기지 않고 고온에서 구운 ‘구운면’을 출시하기도 했다.
라면을 제조하는 설비도 변화했다. 초창기 라면회사들의 제조설비는 ‘2열기’로 한 면의 반죽을 2열로 자르는 설비였다. ‘2열기’는 1분에 70개를 생산 할 수 있었다. 이후 70년대 라면 제조 설비는 ‘6열기’로1분에 210개 이상 생산할 수 있었으며 . 90년대 들어서며 ‘10열기’ 설비가 도입되어 1분당 520개 이상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
▶국물맛의 변화=최초에 우리나라에 소개된 첫 라면은 닭을 재료로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라면은 닭고기국물에 고춧가루를 추가한 ‘치킨라면’과 ‘삼양라면’이였다.
당시 삼양라면의 독무대였던 라면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던 농심은 소고기에 집중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닭고기보다 소고기를 좋아하는데 소고기국의 깊은 맛을 라면에서 구현해보자’ 농심은 1970년 10월 소고기 국물을 재료로 한 ‘소고기라면’을 출시했다.
삼양식품 역시 발 빠르게 대응해 ‘삼양 쇠고기면’을 출시하여, 라면은 소고기 국물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2012년에는 팔도의 ‘꼬꼬면’이 다시 닭고기 국물의 제품으로 잠시 인기를 끌었고, 최근에는 매운맛을 강조한 삼양의 ‘불닭볶음면’, 농심 ‘하모니’등의 제품이 선보였다.
▶스프 제조법의 변화=닭고기 국물에서 소고기 국물로 변화한 스프는 그 제조 과정도 변화했다. 최초의 라면 스프 제조 방법은 가마솥에서 고기를 삶아 국물을 말려서 가루로 빻아 만드는 방법이었다. 그 이후에 된장, 고추장 등의 재료를 섞어서 다양한 맛과 향의 스프를 제조했다.
농심의 ‘안성탕면’은 옛날 시골 장터의 우거지 장국 맛을 재현한 제품으로 된장 맛을 베이스로 해 출시댔고, ‘신라면’은 한국인의 입맛에 충실한 ‘매운맛’을 구현해 내기 위해 붉은 고추와 소고기가 잘 조화된 매콤하고 개운만 소고기 국물 맛의 라면이다. 최근에는 해물 맛, 잡채 맛, 떡국 맛 등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 되고 있다. 스프의 원료 본연의 맛과 향을 유지하기 위해 제조하는 방식도 변화했다.
초기에는 뜨거운 바람에 말리는 열풍건조방식이 사용되었다. 열풍건조방식은 가열 후에도 본래의 성질이 변하지 않고 풍미나 영양적으로 시너지가 생기는 제품 등에 사용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열풍건조방식은 열변현상(원료가 검게 변하는 현상)이나 영양소 파괴 등의 단점이 있어 이후 진공건조방식과 동결건조방식 등으로 다양해 졌다. 진공건조방식은 진공 상태의 낮은 기압에서 건조시키는 방법으로 열변현상이 적으며, 동결건조방식은 원료를 동결한 후 수분을 증발시켜서 건조하는 방식으로 원료 그대로의 맛과 향을 유지하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스프의 원재료를 200℃이상에서 직화쿠킹하는 ‘고온쿠커’ 기술이 개발, 고온쿠커를 통해 나온 진액을 진공상태에서 저온으로 단시간 농축, 건조하는 기술인 ‘지오드레이션(Z CVD)’ 공법 또한 개발헸다. 이 두 가지 기술로 스프제조 과정에서 열로 인해 날아가는 식재료의 풍미를 잡아 천연원료 본연의 맛을 살린 스프를 만들었다. 최근 출시된 ‘신라면블랙’과 ‘진짜진짜’ 등은 농심의 독자적인 최신 기술이 접목된 제품으로 깊은 국물 맛을 지녔다.
60~70년대 라면 스프는 분말스프 면과 분말 스프가 들어있는 제품이 전부였다. 농심의 ‘너구리’가 1982년 출시되면서 라면 한봉지에 스프 두개가 들어가게 되었다. 분말스프와 야채 건더기 스프가 별도로 포장된 최초의 제품이 농심의 ‘너구리’인 것이다. 너구리 이후에 대부분의 라면은 분말스프와 건더기 스프를 별도로 포장하고 있다. 이후 액상(페이스트) 형태의 스프가 들어있는 제품이 비빔면을 중심으로 출시되고 있다.
▶포장재의 변화=60, 70년대 라면은 봉지면이 전부였다. 72년 삼양식품에서 용기면인 ‘컵라면’을 출시 했으나 ‘라면은 냄비에 끓여먹는 것’이라는 기존의 인식을 넘어서지 못하고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러나 1981년 농심이 ‘사발면’을 출시하고 이듬해인 82년에는 지금까지도 용기면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육개장 사발면’을 출시하며 용기면 시장이 본격화했다.
농심이 개발한 사발면은 밑면이 넓적한 한국 가정의 토속적인 ‘국 사발’을 모델로 삼아 안정감을 높이고, 상 위에 올려놓고 앉아서도 먹을 수 있게 만들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후 86년 팔도가 출시한 ‘도시락’은 직육면체 형태로 나왔다. 1989년부터 2000년 이전까지는 사발면 보다 많은 양을 담은 신라면큰사발, 튀김우동큰사발 등 큰사발과 왕뚜껑 등이 출시됐다.
또 2000년대로 진입하면서 제품의 양보다는 ‘소량, 간식 트렌드’가 주를 이루는 ‘소형 컵면’ 시대가 열린 것이다. 컵면은 적당한 양과 다양한 메뉴로 청소년, 학생, 직장인 등 구분 없이 큰 인기를 끌었으며, 식사 대용이 아닌 간식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아울러, 가정내에서도 용기면을 간식으로 먹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2010년을 넘어서면서 더욱 건강한 음식을 선호하는 ‘웰빙’ 바람의 영향으로 용기면도 그 성격을 진화시켜 나갔다. 큰사발과 컵면의 장점을 합친 ‘블랙신컵(신라면블랙)’은 이러한 소비트렌드를 잘 구현한 제품이라 할 수 있다. 큰사발과 컵면의 중간 크기인 빅컵 용기는 봉지면의 맛, 큰사발면의 양, 컵면의 편리성을 더한 스마트한 크기(101g)의 용기면이다. 한끼 식사로 충분한 양인 동시에 한 손에 들고 먹을 수 있도록 제품을 디자인한 ‘스마트 사이즈’ 제품이 등장했다.
기자]최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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