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배출권거래제 기업에 미칠 영향 조사 -국내 생산 부담 느낀 기업들, 해외 이전 가시화 -‘실적악화’ 위기 몰린 기업들 ‘진퇴양난’ 상황 올 수도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내년 1월로 계획된 탄소배출권거래제의 시행을 앞두고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0일 주요 업종별 단체와 공동으로 배출권거래제가 계획대로 실시될 경우 기업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를 유형별로 정리해 발표했다. 기업들은 ▷국내 생산물량의 해외 이전 ▷위기기업 경영악화 ▷국내 사업장의 생산 제약 ▷신기술 개발 및 신시장 선점 지연 등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출권 비용 부담에 “국내 생산 조정ㆍ해외 이전 고려”=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국내 철강업체 중 석탄을 원료로 사용하는 일관제철 공정을 가진 2개 기업의 경우, 1차 계획기간 동안 배출권 비용부담 총합이 최대 2조8000억원에 달한다.
또한 정부의 할당 계획안에 맞춰 생산한다면 조강 예상 물량보다 1000만t 가까이 국내 생산이 불가능해 부족 물량을 경쟁국에서 수입해야 한다.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은 그대로 유지되는 반면 국내 철강업만 고사될 가능성이 우려가 높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이미 해외 사업장 이전이 가속화 되고 있다. 한 디스플레이업체는 최근 중국 등에 사업장을 확충했다. 자체분석 결과 배출권거래제 시행으로 중국 경쟁업체의 제품 판매가격이 비슷해질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1차 계획기간 동안 약 6000억원의 배출권 비용부담으로 기존 LCD 생산면적 1㎡당 7000원이나 났던 중국 기업과의 가격 차이는 약 300원 가량까지 좁혀질 것으로 우려됐다.
이 업체는 향후 국내 생산제품의 가격우위 확보가 어려워진다면 중국으로 생산기반 이전이 점차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디스플레이 공장 신설에 투자되는 3~4조원 가량의 투자금액이 고스란히 해외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지난 해 순이익 400억원을 기록한 한 국내기업은 1차 계획기간 동안 배출권 비용 예상액이 약 2700억원에 달한다. 정부의 할당계획이 수정 없이 강행될 경우 생산물량 감축으로 4개 조업라인 중 1개 라인을 폐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이로 인해 연간 250만t에 달하는 수출물량의 약 50%를 취소해야 한다.
▶‘실적 악화’ 기업, 위기 가중될 공산↑=최근 주요 기업의 ‘어닝쇼크’가 이어지는 등 국내 기업 전반적으로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배출권거래제 시행에 따른 비용 부담이 기업의 위기를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3500억원 정도 순손실을 기록한 한 시멘트업체는 1차 계획기간 동안 배출권 비용 예상액이 약 700억원 규모로 파악하고 있다. 시멘트업계는 클링커(시멘트 반제품) 1t 생산 시 온실가스 0.9t을 배출하는데,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할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수백억원의 배출량 비용을 물지 않으려면 생산량을 줄여야 하지만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생산량 확대가 필요하기에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신기술 개발 지연…글로벌 경쟁력 약화 우려=배출권거래제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기업들이 신기술 개발에 나서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국내 한 자동차기업은 친환경차 개발에 배출권 비용을 내야 한다. 친환경차 개발을 위해 신축할 연구소 건물 약 10개동과 신규 시험장비 도입으로 전력사용량이 증가해 간접배출(다른사람으로부터 공급된 전기나 열을 사용해 온실가스 배출되도록 하는 것)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이로 인해 1차 계획기간 동안 최대 250억여원까지 배출권 부담비용을 낼 수도 있다. 특히 간접배출의 경우, 전기시설의 신·증설은 인정받기가 어려워 예비분을 활용해 부담을 줄이려 해도 힘든 상황이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배출권거래제는 기업규모에 따라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천억 또는 조 단위의 추가비용이 예상되고 있어 국내 투자·고용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경영위기 기업에게는 맹독이 될 수 있다”며 “새 경제팀이 출범돼 경제 재도약을 위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만큼, 배출권거래제 시행시기를 연기하거나 과소 산정된 할당량을 재검토해 국내 투자의욕이 꺾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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