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무역갈등, 친노동정책, 낡은 규제 등 기업 경영 옥죄 - 중국 시장 경착륙 우려에 한국 경제 상당 타격 불가피 - 주력 제조업 붕괴에 반도체ㆍ석유화학 하락 사이클 우려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미국의 본격적인 긴축과 신흥국의 위기 심화,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중국의 성장 둔화 등 악재만 산적합니다.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점이라 내년은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의 한해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2019년을 두달 여 앞둔 재계에 암운이 짙어지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휘청이는 가운데 경제 성장률이 잇따라 하향조정되는 등 각종 경제지표가 최악의 수준을 나타내면서 경영 환경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에 더해 친노동정책, 재벌개혁을 앞세운 정부의 경제 정책 또한 기업 경영을 옥죄며 기업들은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
조선과 자동차 등 주력 제조업의 부진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그나마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반도체와 석유화학산업도 내년에 하락 사이클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형국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상황이 이처럼 엄중해지면서 주요 그룹들의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비상이 걸렸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10월 말, 11월 초부터 주요 기업들은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을 시작한다”며 “일련의 국내외 경제 환경으로 인해 대부분의 기업들은 경영계획을 보수적으로 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기업 경영을 옥죄는 암초들이 국내외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당장 세계 경제의 G2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며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의 공장 역할을 중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 경제 의존도가 상당한 한국 경제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과 동남아 등 신흥 개도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5.1%에서 4.7%로 0.4%포인트나 낮췄다. 프랑스 중앙은행은 글로벌 무역 전쟁으로 생산성이 하락하고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2년 후 최대 3%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그나마 경쟁력을 가진 산업들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자금 지원에 힘입은 중국 제조업체들의 추격에 구내 주요 수출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과 중국 간 관계가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 수입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이고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외국인 자본유출이 증가하는 등 간접적으로도 부정적인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기업관은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지적돼온 문재인 정부의 친노동 정책은 경제계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요지부동이다.
실제 산출 근거의 객관성과 합리성을 담보하기 위해 경제계가 제안한 최저임금제도 개편 방안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탄력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는 정부의 방침이 정해졌지만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에 무산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대통령이 직접 규제완화를 천명했음에도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물린 신사업 육성도 삐걱대고 있다. 실제 빅데이터나 차량ㆍ숙박 공유 등 새롭고 창의적인 서비스가 세계 시장에 빠르게 퍼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각종 규제와 이익집단의 반발에 가로막혀 한 치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5대 그룹 관계자는 “노동정책도 그렇고, 신사업 추진을 위한 규제도 정부가 푼다고 푼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정부가 외교안보에만 치우쳐 경제에 대해서는 정확히 진단이나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며 기업들은 더욱 열악한 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정부의 정책 기조 자체가 성장보다는 분배에 초점이 맞춰지며 기업들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외로 탈출하고 있다.
수출입은행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체의 해외 직접투자액은 올 상반기 74억달러에 달했다. 1980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 상반기 29억달러의 2.55배, 종전 최고치인 2013년 47억달러보다 27억달러나 많은 규모다.
반면 국내 투자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이다. 국내 설비투자는 지난 3월 이후 6개월 연속 줄어 20년 만에 최장 감소 기록을 세웠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국내 경제 성장률이 저조한 주요 원인으로 현 정부 정책이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추진된다는 것이 꼽힌다”며 “법인세 인상, 투자세액공제 축소 등은 기업들의 투자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경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이같은 대내외 경영환경 악재 속에 국내 산업의 위기감은 지표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서 제조업의 업황 BSI는 71로 전월대비 2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2016년 10월(71) 이후 24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제조업BSI는 4월 77에서 6월 80으로 오른 이후 4개월째 하락세를 보이는 중이다.
조성훈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의 경기체감이 단기적 위축보다 구조적으로 중장기적 생산성 하락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단기적인 처방보다 장기적 안목을 갖고 기업의 자유로운 도전을 가로막는 규제를 대대적으로 혁신하는 등의 구조적 변화를 하루빨리 시작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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