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경연 “중국 등의 추격으로 주력 업종 경쟁력 상실” - 기업들 생존 건 변화…4차 산업혁명 대비ㆍ포트폴리오 다변화 등

[헤럴드경제=손미정ㆍ이세진 기자] #. 반도체 계열사 SK하이닉스의 연이은 호실적 속에서도 최근 SK그룹의 행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탈(脫) 반도체’로 요약된다. 그룹 영업이익의 70%를 차지하는 SK하이닉스에 언제까지 ‘의존’만 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바탕이다. SK그룹의 투자지주사인 SK㈜는 최근 2년 간 바이오, 인공지능, 빅데이터, 공유경제 등에 조 단위를 ‘배팅’하며 사업 저변을 적극적으로 넓히고 있다. 에너지ㆍ화학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도 올해만 헝가리, 중국, 미국에 신공장 건설을 결정하며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인 ‘배터리 사업’ 확대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중국 등의 추격으로 현재의 반도체만으로는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룹이 육성하는 신사업들이 먼 미래가 아닌 당장 2~3년 후 우리의 또다른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와 조선 등 그동안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던 핵심 제조업들이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및 경쟁국의 추격으로 휘청거리며 위기감이 짙어지고 있다. 이에 주요 기업들은 새 성장동력을 가져다 줄 신산업 육성에 말그대로 사활을 걸고 있다.

기존에 영위하고 있는 사업의 포트폴리오에 과감히 변화를 주는가하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 또한 아끼지 않는다.

미래 성장 동력 육성이라는 구호 하에 진행되고 있는 기업들의 ‘변화’는 단순히 미래 경쟁력 확보를 넘어 ‘생존’을 위한 절박함이 묻어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8대 주력업종 중 3년 후에 경쟁우위를 유지하는 업종은 선박이 유일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력우위를 갖고 있는 업종은 무선통신기기, 디스플레이, 석유제품, 선박이다.

가장 긴장해야할 상대는 단연 중국이다. 중국은 3년 후 무선통신기기, 디스플레이에서 한국을 추월하고 철강과 석유제품에도 비슷한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예측됐다. 여기에 우리나라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마저도 미국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의 추격과 그로인한 타격은 현실화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디스플레이업체들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의 판도를 바꾸며 우리 기업들의 수익성에 적잖은 타격을 주고 있다. 휴대폰 역시 화웨이, 비보 등 중국 업체들의 추격에 과거와 같은 선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요동치는 글로벌 시장의 흐름과 중국의 추격 속에 우리 기업들이 택한 것은 ‘변화’다.

SK그룹과 마찬가지로 이익의 70~80%가 반도체에서 발생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포스트 반도체’로 인공지능(AI)을 낙점하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 AI 총괄센터 설립 이래 올해만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총 7개의 AI 연구센터를 만들었고, 투자조직을 통해 AI 분야 스타트업,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동시에 수십년간 메모리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반도체 사업도 변화가 감지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사업부를 메모리ㆍ시스템LSIㆍ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로 분리하고 비교적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던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미 파운드리는 3년 간의 노력 끝에 미세 공정 개발에 성공, 글로벌 탑티어로 거듭나기 위한 작업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 석유화학 등의 주요 사업 영위하고 있는 LG그룹 또한 전사적 차원에서 신성장동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지만 명실상부한 ‘1위 기업’이 없다는 현실을 돌파하기 위해 LG그룹이 택한 새 먹거리는 자동차 전장사업(VC)과 AI다. 특히 그룹 내에서도 VC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LG전자는 VC부문의 적자기조에도 관련 투자에 과감히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LG전자는 올해 자동차 조명업체 ZKW 인수에 1조원을 투자, 전장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섰고 관련 설비 투자 등에도 올해만 1조 7000억원 가량을 쏟았다.

중국 디스플레이업계의 공세에 추운 한 해를 보내고 있는 디스플레이업계는 OLED 전환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마찬가지로 사업 영역 확대에도 역량을 모으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생산 역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함께 그룹의 ‘전장 사업 확대’ 기조에 맞춰 신 성장동력으로 차량용 OLED 디스플레이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수주 기근에 시달리며 수년 간 적자 기조를 이어온 조선업계는 중국 저가 선박의 공세에 대응, ‘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LNG선, 셔틀탱커 등 친환경ㆍ고부가 기술 개발과 관련 수요 확보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겠다는 복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