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들은 2018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임중도원(任重道遠)’을 선택했다. 이는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인데, 현재 우리 축산업이 처한 무허가축사 적법화 현실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 마음을 무겁게 한다.

연말연시이지만 축산농가는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 지난 9월 27일 적법화 대상농가의 94%인 4만2000여 농가가 이행계획서를 제출하며 적법화의 의지를 보였으나 9개월여 남은 이행기간 만료일까지 적법화가 될지는 미지수이다.

무허가축사 적법화 연착륙은 농가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제도개선이 지속돼야 한다. 정부는 지난 7월 20일 합동지침서 발표로 ‘할 만큼 다 했다’는 것 같아 심히 우려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축산업을 냄새나는 골칫거리로 치부하고 축산 규제는 점점 불합리하고 비현실적으로 변해왔다. 가축분뇨법에 ‘가축사육제한구역’을 지자체 조례로 무제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로인해 환경부 권고(안)보다 20여배 이상 넓게 가축사육제한구역을 지정하는 지자체가 발생하였다. 또한 5가구에서 10가구의 주택이 모여 있으면 많게는 반경 2km를 가축사육제한구역으로 지정하는 경우도 있어, 지자체 전체 면적 중 90% 이상이 가축사육을 할 수 없게 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또 수십년 동안 한 자리에서 가축사육을 해왔음에도 정부와 지자체는 무허가축사 적법화를 기회 삼아 각종 입지제한구역에 위치한 축사를 이번 기회에 정리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무허가축사 적법화와 관련하여 특별법을 비롯해 3개의 법률이 입법 발의 된 상태다. 발의 내용 모두가 ‘가축사육제한구역’ 및 각종 ‘입지제한구역’에 대한 것으로 이는 축사에 대한 입지 규제가 얼마나 불합리한 지에 대한 방증이다. 게다가 가축분뇨법에 대한 헌법소원도 헌법재판소 본안심판절차에 들어선 상태다.

무엇보다 현실적이고 실효적인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가축사육제한구역’ 지정 범위 한계를 두어야 하며, 지자체는 과도한 가축사육제한구역을 완화해야 한다.

또한 입지제한구역에 위치한 축사의 현실적인 보상 및 이전 대책, 입지제한구역 지정 전 축사에 대한 적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얼마 전 학교정화구역 내 축사에 대한 행정소송에서 의정부지방법원이 축산농가의 손을 들어준 판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법원은 일부 불법 증축한 부분이 있더라도 학교정화구역 지정 전 축사는 축사 운영이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축산업의 현실과 맞지 않는 일부 건축 규제도 완화하여야 할 것이다. 사방이 트여 기둥과 지붕만 있는 개방형 축사라도 지붕의 절반 이상이 합성수지나 비닐이 아니면 가설건축물로 인정해주지 않는 데 이를 개선하면 전체 축산농가의 80%를 차지하는 소 사육농가가 혜택을 볼 수 있다.

부디, 올해 정부와 지자체의 제도개선과 축산농가의 적법화 의지가 더해져 우리 축산업이 무거운 짐을 털어 내고 무허가축사 적법화라는 여정의 마침표를 찍는 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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