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를 뜨겁게 달군 키워드를 들라면 단연 부동산가격 폭등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제 더 이상 부동산으로 돈 벌 생각하지 말라는 얘기가 공공연했다. 게다가 강남이 아닌 강북에서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면서 서민들을 박탈감에 빠지게 만들었다. 땅을 둘러싼 싸움은 언제부털까?
인천개항장 제물포에는 조계계단이 있다. 청국조계와 일본조계를 가로지른 계단이다. 개항기 제물포에서는 일본과 청국 사이세 땅따먹기가 치열했다. 선점한 일본은 땅을 너무 적게 차지하는 실수를 범한다. 후발 주자 청국은 언덕 위 땅을 차지할 수밖에 없었지만 배에서 짐을 부리기에 가까운 곳이어서 나름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조계계단에서 일본지계로 들어서는 첫 건물은 우리나라 최초 호텔 대불호텔이다. 올 해 복원했다. 이어지는 건물들은 대부분 은행이다. 인천개항박물관으로 활용하고 있는 일본 제1은행 인천지점, 인천개항장근대건축전시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일본 제18은행 인천지점, 인천시 중구 요식업조합에서 사용하고 있는 일본 제58은행 인천지점 등 근대건축물이 서로 머리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 나름 독특한 경관을 형성하고 있다. 1883년 11월, 1890년 10월, 1892년 7월에 각각 완공했다. 일본인들이 개항기에 세운 서양식과 일본식을 결합한 건축물들이다. 서양식을 흉내 낸 건축물이라서 의양풍이라 부른다. 당시 일본은 서양식 정규 건축교육을 받은 건축가가 없었다. 요코하마 같은 외국인거류지에서 서양 사람들이 짓는 건물에 관여하면서 어깨너머로 배운 것이다. 지금도 멋지다. 그런데 땅이 좁았다.
일본 공병부대가 팔을 걷었다. 일본지계 송학동에서 월미도 방향에 있는 만석동으로 가는 지름길을 열기 위해 송학동 언덕을 깎아서 홍예문을 만든다. 일본식 성벽쌓기 방식으로 나름 멋을 부려서 지었다. 일본인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일본지계가 좁았다. 홍예문을 뚫어서 건너편 조선인마을 인현동까지 진출한다. 인근에 각국지계가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각국지계로도 진출할 수 있었다. 게다가 공장이 많았던 만석동으로 가려면 해안가로 에둘러야만 했다. 홍예문은 만석동 공장으로 가는 지름길 노릇을 한다. 그야말로 돌 하나 던져 세 마리 새를 잡는 횡재다. 제물포는 남북으로 연결되고 일제는 모든 것을 다 차지한다.
일본조계를 가로질러 왼쪽으로 꺾어서 다시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신포시장이다. 신포동·용동·답동 등지는 일본에게 이래저래 쫓겨 다녔던 조선인이 살던 곳이다. 청국인들은 청일전쟁에 패배한 뒤에도 많은 밭을 소유하고 있었다. 부유한 청국인은 과수원을 경영하고, 가난한 산동 농민들은 작은 채소밭을 일구었다. 결국 인천부 채소재배는 청국인 손으로 이루어졌다. 신포시장에서 왼쪽으로 좁은 길을 들어가면 이들이 가꾼 채소를 팔았던 푸성귀시장이다. 청국인들은 어떻게든 땅을 차지하기 위해 청국조계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일본조계·각국조계·조선지계 등지에 땅을 악착같이 사들인다. 전쟁에는 졌어도 땅따먹기에는 지지 않으려는 듯 악착같았다. 그리고 인천개항장 채소시장을 장악한다.
그렇다! 땅은 단순히 땅이 아니다. 가난한 농민의 생명줄이다. 국력을 진단하는 척도다. 나라와 나라간 경쟁의 승패를 가르는 기준이다. 2018년 한 해 강북재개발로 새로 들어선 아파트 가격이 불과 몇 개월 사이에 5억 넘게 뛰는 상황을 넋 놓고 바라보아야만 하는 서민들의 박탈감이 이렇게 큰 이유다. 2019년에는 남과 북 모든 곳에서 땅따먹기가 아니라 땅살리기 경쟁이 판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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