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직 대법원장 피의자 조사 헌정 사상 최초 - 재판 개입, 블랙리스트 판사 인사 불이익 혐의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과 재판 부당 개입 혐의를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다. 전직 대법원장이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1일 오전 9시30분 양 전 대법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6월 수사를 시작한지 7개월여 만에 의혹 최 정점에 있는 양 대법원장을 조사하게 됐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상대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의혹과 판사 동향 사찰 및 불이익 등을 추궁할 예정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가 숙원사업으로 추진하던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재판거래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2017년 초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행사에 축소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 제기에서 시작된 사법농단 수사는 지난해 6월 검찰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사건을 재배당하고 관련 자료 제출을 사법부에 요청하면서 본격화했다. 서울중앙지검은 특수부 3개 부서 가용 인력에 파견 검사까지 충원해 대규모 수사팀을 꾸리고 수사를 벌여왔다. 그간 수십명의 법관들이 검찰 조사를 받았고,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연결고리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구속됐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차한성·박병대·고영한 대법관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 주심이던 김용덕 전 대법관도 조사를 받았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해 6월 기자회견을 자청해 “재판을 무슨 흥정거리로 삼아서, 국정 방향을 왜곡하고 그것으로 거래하고 그런 일은 꿈도 꿀 수 없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법관을 인사상, 아니면 어떤 사법행정 처분에 있어서 불이익을 주는 것은 단호히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조치를 내가 최종적으로 한 적은 없다는 것을 단연코 밝힌다”고 해명한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