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3년 전 폐지했던 종합검사를 부활시키는지에 대한 설명이 보태져야 한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주장만으론 어렵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상장 판단을 달리한 것처럼, 정권이 바뀌었다고 손 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꾸는 건 곤란하다.” [헤럴드경제=윤재섭 선임기자]금융회사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 부활을 둘러싸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충돌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 등 금융사통제 강화를 위해선 검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금감원과 ‘금융소비자 못지 않게 금융산업 역시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금융위가 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감독원이 올해 금융회사에 대한 종합검사를 본격적으로 재개하려 하자, ”종합검사를 실시하기 전에 금융사의 수검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으라“는 입장을 금감원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산업의 건실한 성장과 발전을 지원할 책임이 있는 금융위 입장로선 금융사의 부담을 가중시킬 게 뻔한 금감원의 움직임을 모른 채 지나갈 수 없었을 것이다. 더욱이 금감원이 금융사의 수검 부담을 완화할 의도로 스스로 없앴던 종합검사를 재차 부활하고 나선 것도 찜찜해 했을 법하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2015년 2월 금융감독 쇄신 및 운영 방향을 발표하면서 관행적으로 매 2년 주기 검사가 이뤄지던 금융사에 대한 종합검사를 점진적으로 축소 폐지키로 한 바 있다. 이 때 “종합검사는 빈번한 금융사고 발생, 경영상태 취약 등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실시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2017년 12월엔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 및 내부통제 수준이 낮아 업무 및 재산상황 전반에 대한 종합점검이 필요한 경우 종합검사를 실시한다”는 내용의 ‘금융감독 검사제재 프로세스 혁신 TF 권고안’을 확정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감원의 이 같은 기류에 변화가 나타난 건 윤석헌 원장의 취임 직후인 지난해 7월이다. 금감원은 당시 ‘금융감독혁신 과제’ 를 내놓으면서 “금융회사 경영이 소비자보호 등 감독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회사에 대하여 선별해 종합검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유인부합적‘ 종합검사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를 “종합검사 제도 부활”로 강조했다. 간략히 정리하면 소비자보호 등이 취약한 회사를 골라 일벌백계(종합검사)함으로써 금융사 스스로 취약부문 개선을 유인하겠다는 거였다. 금융사들은 충격에 빠졌다. 종합검사의 부활이 가져올 파급을 익히 알고 있어서다. 10명 이내의 검사반원이 1∼2주일 동안 특정 사안만 점검하는 부문검사와 달리, 종합검사는 20∼30명의 인력이 3∼4주일 넘게 투입돼 해당 금융사 경영 전반을 들여다본다. 금융사로서는 종합검사를 받는 동안 이를 지원하기 위해 임직원할 것 없이 막대한 인력을 투입해야만 한다. 당시 금융위도 업계만큼이나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상급기관인 자신들과 사전에 단 한번 협의도 않고, 불과 발표 며칠 전에 일방 통보한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금감원은 금융업계에 또 한번의 결정타를 날린다. ‘종합검사 대상 선정 방식’을 공개한 것이다. 금감원은 “감독목표의 이행 여부, 금융소비자 보호업무 및 내부통제의 적정성 등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금융권역별 특성을 감안하여 금융회사 업무의 다양성, 해당 금융권역에 미치는 영향이 큰 대형금융회사 등 시장 영향력 측면도 함께 고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업계는 공포에 떨었다.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선정 방식이 너무도 다양해, 종합검사 대상에서 빠져나갈 회사가 많지 않을 걸로 직감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자칫 밉보이기도 하면 ‘종합검사’라는 보복을 받을 수 있다“는 걱정이 금융계에 퍼졌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의 종합검사 부활은 정책의 일관성, 금융회사의 과도한 수검 부담, 보복성 악용 등 측면에서 우려된다“ 며 ”금융사의 수검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비슷한 맥락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일부 의원이 금감원의 종합검사 재개에 따른 금융사의 수검 부담 문제를 거론하자 “금감원이 금융사의 부담을 줄이고자 종합검사를 폐지하겠다고 해놓고 부활하는 데 우려와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금감원은 금융위 제동에 일단 한발 물러섰다.
지난 6일 금감원은 ”현재 금융회사의 수검부담은 대폭 완화하면서 검사의 효율성․효과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올해 검사계획을 마련 중에 있지만 아직 검사계획이 확정된 바 없으니 (언론은)보도에 신중을 기하여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회사가 우려하는 수검부담 등의 완화를 위해 핵심리스크에 집중하는 ‘유인부합적인 종합검사 방안’을 마련, 검사계획을 수립중에 있으며 향후 금융위원회에 이를 보고하고 효과적으로 운영할 계획“라고 덧붙였다.
신속하면서도 매우 원칙적인 대응으로 읽혀진다. 금융위가 자신들에 대해 감독권한이 있는 정부 기관이었으니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았을 게다. 더욱이 금융위는 ”원칙적인 처리“라며 2년 연속 자신들의 예산을 삭감한 곳 아닌가.
그러나 금감원은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종합검사 부활은 ‘윤석헌호’ 금융감독 혁신의 아이콘이자, 주요 과제라서다. 이 과제를 수행하지 못할 경우 윤석헌호가 추진력을 잃고 좌초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있다. 종합검사 부활이 금감원 내부에서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금감원 직원들은 종합검사에 이어 검사 확인서· 문답서까지 없앤 후 ‘물검사’가 됐다고 비판한다. 종합검사는 금융사에 대한 통제를 효율화하는 주요 수단이라고 직원들은 믿고 있다.
뒤늦게 금감원의 종합검사 부활을 ‘옳다, 그르다‘ 단정할 수 없다. 그들은 전문가집단이다. 그래서 그 조직의 판단은 신뢰받을 만 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 다만 왜 불과 2~3년 전 폐지했던 종합검사를 부활시키는지에 대한 설명이 보태져야 한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주장만으론 어렵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상장 판단을 달리한 것처럼, 정권이 바뀌었다고 손 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꾸는 건 곤란하다. ”말 안 듣는 금융사 손봐주려고 종합검사를 부활한다“는 우려가 시장에 분명히 있다. 금감원에 대한 신뢰 부족에서 나오는 추측일 게다. 종합검사 부활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친절한 안내를금융계 뿐 아니라 금융소비자들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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