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사 27종 제품, 대부분 임원 소속 제조업체 제품 -비접착식 라벨 약속 번복한 롯데칠성에 ‘국민청원’
[헤럴드경제=윤정희 기자] 재활용 의무를 가져야할 기업의 임원들이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이하 공제조합)의 이사로 활동하면서 재활용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은 공제조합에 위탁해 생산자책임재활용(EPR :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포장재를 이용한 제품의 생산자에게 재활용의무를 부여해 재활용하게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활용에 소요되는 비용 이상의 재활용 부과금을 생산자에게 부과하는 제도이다. 공제조합은 기업들로부터 재활용부과금을 받아 이를 재활용업체의 실적에 따라 나눠주는 일을 맡고 있는 셈이다.
또다른 주요 업무는 포장재를 사용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재활용의무이행 인증을 대행하는 것이다. 환경부장관의 인증서와 ‘자원순환 우수제품’ 인증마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로 ‘재활용 용이한 포장재 1등급 인증’과 더불어 당연히 인증업체에게는 다양한 홍보혜택과 동시에 인센티브 지급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생산자책임을 지고 있는 기업의 임원들이 대거 공제조합의 이사로 활동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이 공제조합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기업체 임원은 대략 9명 정도다. 제주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를 포함해 농심, LG생활건강, 롯데칠성음료, 서울우유협동조합, 광동제약, LG전자, CJ제일제당, 오비맥주 등이다.
현재 재활용 용이한 포장재(1등급)는 모두 8개사 27종의 제품이다. 유리병 제품을 제외한 대부분이 본드를 사용한 접착식 라벨을 적용했지만, 비중 1미만의 포장재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인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러한 제품들이 대부분 공제조합 이사로 활동하는 임원이 있는 기업들의 제품이라는 것이다. 환경부 장관의 인증서가 발급되고 인센티브 등 재정적 혜택이 돌아가는 제도를 그 대상이 되는 기업들로 구성된 공제조합에서 시행하는, 이른바 ‘셀프 인증’인 셈이다. 환경단체들은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며 성토하고 나섰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페트병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절취선이 있는 비접착식 라벨 도입계획을 밝혔다가 번복한 롯데칠성음료 이원표 상무도 공제조합 이사 중 한명이다. 이 상무는 ‘아무리 기업이 나서고 홍보를 해도 우리 국민들이 일본처럼 선진화된 분리수거 문화가 정착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취지의 언론 인터뷰를 해 이를 비판하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오기도 했다.
또한 공제조합은 포장재 재활용 관련 환경부 기준을 제정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환경부가 아닌 공제조합이 한국화학시험연구원에 실험을 의뢰해 기준을 만들었다. 올해 환경부가 발표한 2019 ‘포장재 재질ㆍ구조개선 등에 관한기준’ 개정고시(안) 역시 이 실험 결과를 토대로 작성된 셈으로 전세계가 친환경으로 사용중인 비접착식 라벨을 비중1 미만이 아니면 우리나라에서는 재활용이 어려운 등급으로 분류해 논란이 되고 있다.
재활용 관련 한 환경전문가는 “환경부가 EPR제도를 생산자기업들로 구성된 공제조합에 맡겨 운영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다”면서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포장재 등급기준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해물질인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독립적인 연구를 거쳐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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