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소비패턴 변화로 내리막길 더페이스샵 등은 편집매장 전환 미샤는 리뉴얼 통해 정체성 강화
2000년대 한국 화장품 업계를 주름잡았던 ‘K뷰티 1세대’ 로드숍 브랜드의 신화가 막을 내리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저렴한 가격,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인기를 끌었던 로드숍은 헬스앤뷰티(H&B)스토어의 부상,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 온라인 유통 채널 성장, 내수 경쟁 심화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이에 로드숍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부진 점포 정리, 매장 리뉴얼, 해외 시장 공략 등으로 생존 전략을 짜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로드숍 시장 규모는 2010년 1조원에서 2016년 2조8110억원을 달성해 정점을 찍은 후, 2017년(2조290억원)을 기점으로 꺾였다. 지난해 시장 총매출액은 전년보다 15% 감소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화장품 주요 상장사인 에이블씨엔씨(미샤)ㆍ토니모리ㆍ클리오는 지난해 모두 영업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등 상당수 로드숍 브랜드는 최근 영업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로드숍 브랜드들은 각기 다른 전략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더페이스샵을 자사 브랜드 화장품을 모은 편집매장인 네이처컬렉션으로 전환하고 있다. 작년 3분기 기준 850여개 더페이스샵 매장 중 220여개가 네이처컬렉션으로 간판을 바꿨다. 더페이스샵 관계자는 “기존 더페이스샵 상품은 판매하되, 다른 브랜드까지 입점시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면서 “이밖에도 적극적인 온라인 채널 공략, 활발한 한류 마케팅, 신제품 론칭 등으로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등 가맹점과의 상생협력을 위해 온ㆍ오프라인을 연계한 ‘옴니채널(Omni-channel) 시너지 프로그램’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방침은 전국화장품가맹점주협의회(가칭)를 의식한 결정으로 보인다.
올해 이니스프리, 더페이스샵, 토니모리 등 로드숍 가맹점주 대표들은 전화협을 구성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전화협은 본사가 온라인몰에서 제품 가격을 낮추고 각종 판촉활동을 벌이면서 오프라인 매장이 타격을 입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본사는 동반 성장 전략을 모색하는 데 분주하지만, 온라인 시장 강화라는 숙명에서 벗어날 수 없는만큼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에이블씨엔씨의 미샤는 오히려 화장품 단일 브랜드숍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새로운 BI(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발표하며 이미지 변화로 승부수를 던졌다. 기존 매장을 새로운 인테리어를 적용한 ‘5세대 매장’으로 새단장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기준 60여개 미샤 매장이 5세대 매장으로 리뉴얼했다. 올해에도 신규 출점과 리뉴얼 작업을 병행해 200여개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아울러 에이블씨엔씨는 미샤, 어퓨 등 기존 브랜드에 의존하지 않고 신규 브랜드를 통해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돼지코팩’으로 유명한 화장품업체 ‘미팩토리’ 지분 100%를 인수한 데 이어 두달여 만에 1400억원을 들여 화장품 수입 유통기업 ‘제아H&B’와 더마코스메틱 화장품업체 ‘지엠홀딩스’를 인수했다.
토니모리는 세포라, 부츠 등 세계적인 편집 매장에 입점하는 것과 홈쇼핑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비효율 매장을 정리하는 경영 내실화 전략으로 수익성 개선에 매진하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이외에도 색조 부문 강화, 온라인 전용 상품 출시, 사전 예약 진행 등으로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다”며 “인도네시아, 중동, 유럽 등 신규 시장 진출도 확대해 입지를 넓힐 것”이라고 했다.
박로명 기자/do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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