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도시철도망은 아직 완성된 바가 없으며 현재 정책적 판단 및 관계기관 협의 단계에 있습니다. 해당 기사는 명백한 오보이며 A언론사에 정정을 요청했습니다.” (2월 13일)
“도시철도망계획 발표를 앞두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9호선 강일동 추가 연장에 대해 호소했습니다.”(16일)
“오늘 서울시가 강일동 구간에 대해 향후 광역철도망에 해당구간을 포함하는 조건으로 도시철도망에 포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모두 강동주민들의 힘입니다.” (20일)
지난 20일, 서울시 2기 도시철도망계획 발표를 앞둔 일주일 동안 어느 현직 장관이 기자단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식적으로 밝힌 내용들이다. 얼핏 보면 대한민국 국정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한 국무위원의 일정과 발언이 과연 맞는 지 의심의 눈초리가 갈 수 있는 대목이다. 강동이 아닌 곳에 사는 그의 일반 팔로워들 역시 철도망 개발 이슈에 대해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을 누구보다도 빨리 알 수 있었다.
이처럼 모순적인 상황이 성립될 수 있는 이유는 해당 장관이 서울 강동갑 지역구 국회의원을 겸직하고 있는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기 때문이다. 당시 여가부는 ‘성 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를 발표한 직후, 외모 규제 논란 등으로 언론의 뭇매를 맞은 시점이었다.
의원 겸직 장관들의 ‘지역구 챙기기’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국회법 제 29조1에 따르면 “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 직 외의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이를 두고 의원의 장관 겸직은 적법한 것이고, 기존 의정활동에 있어서도 제약을 받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재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장관은 진 장관을 포함해 유은혜(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김부겸(행정안전부), 김현미(국토교통부), 김영춘(해양수산부), 도종환(문화체육관광부), 이개호(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 7명에 달한다.
이개호 장관의 경우 작년 말, 부처와 지역구 예산 편성과 관련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각 의원이 평균적으로 두 세 건 정도 증액 성과를 거두면 대성공이라는 분위기를 고려하면 이번 성과는 ‘예산 대박’이자, ‘예산은 역시 이개호’라는 세간의 평가가 무색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의원실 논평을 내면서 논란의 중심이 됐다.
김부겸 장관 역시 ‘지역구와 대구를 내팽개친 것이 아니냐’는 일부 시민과 주민들의 비판이 나오자 지난해 말 ‘고산 대구농업마이스터고 수영장 공사 시작’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기도 했다. 김 장관이 지역구에 공약 이행 관련 플래카드를 내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해가 갈수록 장관들의 의정활동이 노골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인 출신 장관이 관료나 학자 출신에 비해 부처 장악력ㆍ추진력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은 사실이다. 청문회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들이 국가 행정보다 ‘자기 정치’에 더 관심을 보일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국토부를 비롯한 일부 부처의 경우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ㆍ남북 경협 등 천문학적 예산이 포함된 개발 이슈가 맞물려 있어, 전문적이고 정치 중립적인 장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힌 김현미 장관은 오는 3월 개각 때 교체가 유력하다.
비슷한 시기, 엄태준 이천시장의 발언이 눈길을 끈다. 엄 시장은 지난 22일,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특화클러스터 입지로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을 선택한 것과 관련 “모든 책임은 시민의 대표일꾼인 내게 있다”면서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소모적 논쟁과 희망 고문으로 시민들을 앞장세울 수는 없다.
이웃한 용인시의 발전을 응원하며 앞으로도 이천시와 상생 발전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직접직인 비교는 어렵겠지만, ‘청문회용 장관’, ‘스펙쌓기용 장관’이 넘치는 시대에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치인의 자세를 되돌아보게 된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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