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사진> 통일부장관 후보자가 오는 26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뜨거운 검증무대에 올랐다. 야권과 언론은 그의 과거 발언과 저술, 인터뷰를 대상으로 현미경 검증을 벌이고 있다. 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지명철회까지 요구하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김 후보자로선 청문회 본선 막이 오르기도 전부터 혹독한 예선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김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은 지난 청문회 때마다 등장했던 단골메뉴와는 사뭇 다르다. 일단 청문회 막판까지 지켜봐야겠지만 문재인 정부가 한차례 낮추기 전 공직인사 기준으로 내세웠던 병역기피나 세금탈루, 부동산ㆍ주식 투기,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이른바 ‘5대 비리’와 관련한 결정적 한방은 아직 없다.

김 후보자는 육군 병장으로 만기전역했으며, 본인 재산으로 2011년식 K7 자동차 900만원과 금융기관 채무 9700만원 등 총 3200만원을 신고했다. 학문적인 측면에서도 이전까지 학자 출신 통일부장관들의 경우 이렇다할만한 연구업적이 없어 검증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촌평을 받았던 것과 달리 적잖은 성과를 인정받는다. 일례로 그의 박사학위 논문을 정리한 ‘북한의 산업화와 경제정책’은 학계에서 기본 텍스트로 평가받는다. 관가 안팎에선 김 후보자가 오래 전부터 청문회를 염두에 두고 나름 자기관리를 해온 것 아니냐는 얘기도 돈다.

정치섹션 정치팀 차장
정치섹션 정치팀 차장

이쯤되면 김 후보자로서는 3ㆍ8 개각 때 함께 발탁된 7명의 장관 후보자 가운데 ‘낙마 1순위’로 꼽히는 게 억울할지도 모를 일이다. 더군다나 다른 후보자들은 부동산투기와 꼼수 증여, 세금체납, 위장전입, 논문표절, 자녀 이중국적 등 청문회 때마다 등장하는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는 형편이다. 그러나 김 후보자에게 5대 비리 ‘플러스 알파’의 검증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다른 부서도 아닌 세계 유일 분단국의 통일업무를 전담하는 통일부장관 후보자이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페이스북을 비롯한 과거 발언과 논문 등 저술에서 촉발됐다. 논란은 크게 막말과 이념편향이라는 두 갈래로 분류되는 듯하다. 막말부터 살펴보면 2015년 당시 군부대를 찾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향해 ‘군복 입고 쇼한다’고 비판하는가 하면,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겨냥해 ‘감염된 좀비’, ‘박근혜가 씹다버린 껌’이라고 독설을 날렸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게는 ‘자기 출세를 하는 자전거 리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게는 ‘새것이라 아무거나 먹으면 피똥 싼다’고 꼬집었다. 여야를 넘나드는 ‘모두까기’에 다름 아니다.

이제는 김 후보자가 축구명장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격언을 곱씹으며 후회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이 같은 막말은 대한민국 국무위원 격에는 맞지 않지만 장관 결격사유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심각한 것은 이념편향 논란이다. 우선 북한 핵동결 주장, 5ㆍ24조치 비판,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관점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는 2017년 4월 발표한 글에서 “비핵화에 앞서 핵동결이 중요하다”고 했다. 비핵화에 앞선 핵동결은 북한의 핵프로그램이 여전히 진행중인 상황에서 미국 내에서도 거론되는 시나리오다. 천안함 폭침에 따라 이명박 정부가 취한 5ㆍ24조치에 대해 실패한 제재라고 비판한 것도 진보학계의 폭넓은 인식이다. 금강산 관광객 사망 사건에 대한 “우리가 겪어야 할 통과의례였다”는 발언의 경우 우리 국민이 운전중 교통사고를 내 북한 군인이 사망한 사건 등을 함께 언급하며 남북 접촉 초기 충돌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논란의 일부는 이처럼 앞뒤 맥락을 자른 ‘말꼬리 잡기’식으로 전개되는 양상도 있다. 다만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목함지뢰 도발과 관련해 물증이 없다는 식의 발언이나,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은 향후 청문회 과정에서 해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에게 청문회는 그저 ‘통과의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는 김 후보자를 비롯한 장관 후보자들의 각종 의혹이 불거지자 사전 확인했다며 사실상 임명강행 의중을 내비쳤다. 그러나 김 후보자가 청문회 과정에서 이념편향 논란과 안보관 우려에 대해 납득할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한다면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며 대북정책을 펼쳐나가야할 통일부 수장으로서 제 역할을 할수 있을리 만무하다.

신대원 정치섹션 정치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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