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증권가 브로커 통장에 하루에 7억원이 꽂힌다?”

개봉 5일만에 150만명 넘게 관객을 끌어모으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돈’이 최근 증권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증권사 신입 직원 조일현(류준열)이 신화적인 작전(불공정거래를 지칭하는 은어) 설계로 유명한 ‘번호표(유지태)’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와 이를 뒤쫓는 금융감독원의 사냥개 ‘한지철(조우진)’의 물고 물리는 관계가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것. 영화 개봉전 시사회엔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을 비롯한 주요 금감원 임원들이 관람해 여의도에 영화에 대한 입소문도 파다한 상태다. 그런데 실제 증권가 사람들을 만나보면 “영화는 재미있으나, 현실과 너무 동떨어졌다”는 차가운 평가도 심심찮게 들린다. “10년 전에나 있던 주식 거래를 그렸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식 영화를 만들려고 너무 허구적으로 그린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평가를 내놓은 여의도 ‘선수’들.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다르단 말일까.

▶주식브로커들 “브로커가 번 돈은 회삿돈…내 계좌에 안 꽂혀” = 실제 증권사 법인영업팀에 속한 브로커들은 영화 속에 나오는 것처럼 법인 고객들을 직접 상대하긴 한다. 이 법인고객들은 각종 연기금 등 ‘전주(錢主)’일수도 있고, 이 전주의 돈을 받아서 운영하는 펀드매니저들일 수도 있다. 증권사 지점에 있는 프라이빗뱅커(PB)가 개인 고객들의 주문 수탁을 맡는다면, 법인의 주문 수탁은 법인 영업팀이 담당한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아무리 돈 많은 법인 투자자를 잡아도, 팀원 한명이 하루에 몇 억씩 버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 대형 증권사 법인영업 본부장은 “브로커들이 번 돈은 일단 팀 단위로 합산되고 분기ㆍ반기ㆍ연간 단위로 손익분기점(수익과 비용이 일치하는 수준)을 고려해 남는 이익을 측정해 성과급으로 지급하게 된다”며 “손익분기점을 넘는 이익이 생겨야만 브로커들의 기여도(KPI)를 반영해 수익을 배분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증권사들의 법인영업 한팀(3~7명)이 버는 하루 수익은 시장 상황이 좋을 때 대형사는 5000만원, 중소형사는 3000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속에선 조일현의 주문 착오로 팀 내 직원들이 수천만원의 손실분을 공동분담하지만, 이 역시 현실과 거리가 멀다. 주문 실수에 의한 손실은 법인영업팀 전체 비용으로 처리돼 성과급엔 영향을 미치지만 그 정도가 크지 않다는 설명이 나온다. 증권사들이 주문 실수로 인한 손실에 대비해, 일정 금액 이상을 보험 가입하는 헤지(손실 회피)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인 고객 주문에 영화 속처럼 개인 휴대폰이 실제로 사용되지도 않는다. 브로커들은 전화를 받더라도 ‘녹취되는 회사용 전화’만을 통해야 한다. 더구나 최근 5~6년간 정보기술(IT)이 발전하면서 전화를 통한 주문이 아닌 컴퓨터를 통한 주문 시스템이 광범위하게 퍼졌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부분의 증권사 브로커들은 기관과 픽스(거래정보 교환이 가능한 국제 표준프로토콜ㆍFIX)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주문을 주고 받는다. 메신저도 회사 컴플라이언스팀에 승인받은 메신저를 쓸 수 있는데, ‘네이트온’을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영화 속처럼 매일마다 브로커 개인이 얼마를 버는지 실시간 중계하는 전광판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당일 일과를 마치면 자신이 하루에 벌어들인 수익으로 볼 때 전체 직원 중 몇 등인지를 개인 컴퓨터로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전체 팀원들의 등수를 볼 수 있는 임직원은 소수에 불과하다. 점심시간에도 매매 대기하느라 배달음식에 주로 의존하는 증권사 역시 많진 않다.

▶ 금감원 “영화 속 모습은 '거래소+경찰+검찰' 짬뽕” = 영화 속 금감원에선 최신식 대형 컴퓨터가 자본시장조사국 직원들의 테이블에 하나씩 놓인 모습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이 실제 이상거래를 감지하는 모습 역시 나온다. 이건 사실일까.

실제로 자본시장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금감원 직원들은 이 모습이 오히려 한국거래소의 시장감시부 모습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특정 종목에 대한 매매 데이터 정보는 1차적으로 금감원이 아닌 한국거래소에서 산출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서 설령 ‘이상거래’를 감지해도 영화처럼 하루이틀만에 바로바로 관련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상이 있다고 바로 범죄라고 단언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이를 들여다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이상거래’가 감지되면 일단 이를 확인하고 유의미한 것을 찾아, 금감원에 통보하기까지 통상 1~2달이 걸린다는 게 거래소 측 설명이다. 금감원 직원들은 이상 거래 관련 자료를 받으면 주로 ‘데이터 분석, 서류 분석을 통한 증권범죄 해당 여부’를 따지게 된다.

물론 금감원이 한국거래소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 감시는 컴퓨터 데이터에 의해서만 되는 게 아니라 업계 동향 정보, 금감원 자체 조사, 언론 보도, 민원과 제보 등을 통해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자체 ‘불공정 거래 조사 지원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금감원 직원들은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공시되지 않는 기업들의 핵심 증빙 문건이나 외국인 거래 관련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혐의가 있는 이들을 들쑤시고 다니는 금감원 직원 한지철의 모습은 현실보다 과장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지철이 누군가의 사진을 찍고 통신기록을 조회하고 압수수색 등을 하는 모습이 나오지만, 금감원 직원에게 그런 권한은 없다. 금감원 직원이 검찰에 파견을 가긴 하지만,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화 속 한지철은 특별사법경찰이 금감원에 구비됐을 때나 가능한 모습”이라며 “향후 금감원에도 특별사법경찰 제도가 도입되면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초동조치도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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