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선임 3%룰 포함해 정족수 25%룰 하향 등 ‘섀도보팅’ 폐지 부작용 당정, 업계 목소리 공감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정부가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 폐지로 주주총회 개최와 안건 통과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위해 관련 법안 개정을 포함한 종합방안을 곧 내놓는다. 법안이 마련되어도 국회에서 통과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내년에도 주총 대란이 반복될 우려는 여전하다. 올해만해도 주총에선 전자투표를 도입하고도 안건이 부결된 기업이 무려 152곳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국회와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주총 의결권 행사율을 높이기 위해 법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 법무부는 상법에서 손질이 필요한 부분을 찾아 의견을 조율하는 중으로, 조만간 공동으로 주총 활성화 종합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주주명부에 주주의 이름과 집 주소 외에 이메일과 전화번호를 추가로 기재해 주총 참여율을 높이고, 주총의 의결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특히 기업들의 요구가 많은 감사 선임안의 의결 요건 완화가 핵심이다. 감사ㆍ감사위원 선임시 지배주주가 의결권 있는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하도록 제한한 ‘3%룰’을 수정하거나, 발행주식 총수의 25% 찬성과 출석주주의 과반수 찬성으로 정해진 의결 정족수 기준을 감사 선임안에 대해서만 20%로 낮추는 방안을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금융위와 법무부가 관련법 개정안을 정부입법 형식으로 발의할 것으로 안다”면서 “주총 시즌 이전에 발표될 예정이었다가 서로 대화가 더 필요한 부분이 있어 늦춰졌다”고 말했다.
다만 국회 문턱을 잘 넘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여야 간 이견을 좁혀야 할 뿐 아니라 규제개혁위원회 심의 등의 절차를 거치다 보면 내년 주총 전까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4월 국회는 사실상 물 건너갔고 이후에도 추경, 결산 등 더 급한 안건이 많다”면서 “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 등 다른 정책들과 ‘딜’을 해야 하는 부분도 걸림돌”이라고 우려했다.
섀도보팅 폐지에 따른 대안이 부재한 상태에서 기업들은 주총이 불성립되거나 안건이 부결되는 등 경영에 타격을 입고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주총 결의 요건을 바꾸지 않으면 내년에는 230개 넘는 기업들의 주총 안건이 부결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감사 선임에 실패할 위험이 있는 기업은 238개사에 달한다. 올해의 경우 주총 부결 우려가 있는 기업을 154개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188개로 더 많았다.
전자투표를 도입하며 노력한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올해 주총에서 전자투표ㆍ전자위임장을 하고도 안건 부결이 된 기업들은 152개(80.9%)에 달했다. 유아용품업체 보령메디앙스는 감사 선임안이 부결됐고, 소화기 제조, 호텔 임대, 부동산 개발 사업 등을 하는 한창은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아예 주총이 성립되지 않았다.
정우용 상장사협 전무는 “기업들이 노력해도 주총이 잘 안 되는 것은 결국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면서 “국회와 정부에 관련법을 개정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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