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기·공청기·의류관리기… 환경 관심 커지며 소비 ‘손길’ 선택사항서 필수 아이템으로
#1. ‘5월의 신부’가 되는 양모(28)씨는 최근 신혼살림을 마련하면서 ‘신세계’를 경험했다. 부모님과 살면서 평소 가전에 관심이 없었던 그는 결혼을 준비하면서 주변의 권유로 의류관리기와 건조기를 구입했다. 양 씨는 “죽은 빵을 살려내는 토스트기가 있다는 얘길 들었는데, 건조기나 의류관리기는 찌든 냄새나 먼지로 죽어가는 옷을 살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회식으로 고기냄새가 배는 날에는 귀가길에 잠시 신혼집에 들러 의류관리기에 옷을 넣어두고 아침에 꺼내입고 갈 정도다.
#2. 전남 남원에 거주하는 주부 최모(65)씨는 올해 식기세척기를 장만했다. 자녀들이 모두 출가하고 남편과 단촐한 식구라 식기세척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왔다. 그러나 오랜 가사노동에 들인 시간이 부쩍 아깝게 느껴지고 장시간 서 있는 것 조차 힘들어지면서 큰 맘 먹고 식기세척기를 구입했다. 처음에는 사용한 식기가 모일 때까지 싱크대에 쌓아두는 것이 익숙치 않았지만 이젠 하루에 한 번 식기세척기로 설거지를 마무리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미세먼지 등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일상에서의 편리함을 추구하면서 TV, 냉장고, 에어컨 같은 전통 가전의 자리에 건조기, 의류관리기, 공기청정기 등 이른바 ‘신(新) 가전’이 뜨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조기 시장은 2016년 대비 약 20배까지 성장하며 200만대 규모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의류관리기는 2016년 5만대에서 올해 45만대까지 시장이 커지고, 공기청정기 시장은 2016년 100만대 규모에서 올해는 400만대로 4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식기세척기 시장도 신 가전 대열에 동참하며 성장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까지 9만대 정도의 규모이던 식기세척기 시장은 올해 20만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건조기, 의류관리기, 공기청정기 같은 ‘청정가전’은 미세먼지 영향과 실내 환경에 대한 인식변화로 판매 호조를 보이며 시장을 급격히 키우고 있다. 의류관리기는 지난 3년간 오픈마켓인 G마켓에서 매출이 1344%나 성장했다.
한때 관심을 모았던 식기세척기까지 최근 7년만에 세대교체하는 신제품이 출시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작년말 출간한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3대 신(新)가전’은 건조기, 로봇청소기와 함께 식기세척기가 될 것이라 예고한 바 있다.
“설거지는 손으로 뽀득뽀득해야 제 맛이지”라고 했던 주부들의 생각이 바뀌는 것도 ‘궤도 분사’ 등 기존 제품의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으면서 세척력을 높이고 물과 세제 사용량은 줄이는 등 사용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올해 해외 가전전시회에서 국내 가전업체들이 수제맥주제조기, 아이스크림제조기 등 새 제품을 선보이면서 가전 제품군의 외연은 나날이 넓어지고 있다.
이같은 새 가전은 소비자의 신규 수요를 창출하면서 전통 가전의 위상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생활패턴이 변하면서 가전에 대한 소비성향도 변하고 있다”며 “특히 1인 가구와 맞벌이를 하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과 편리함에 대한 가치가 커지면서 신 가전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형 기자/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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