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경제 수도 상파울루 시내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파울리스타노’라고 부른다. 서울의 테헤란로에 해당하는 상파울루 중심 대로인 ‘파울리스타’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번듯한 건물과 널찍한 거리는 자동차와 사람들의 활기로 가득하다. 그러나 상파울루 시내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예전 뉴욕의 할렘지역에서나 봤을 법한 광경이 펼쳐진다.

‘열대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이런 현실을 묵과할 리 없다.

빈부격차 해소와 경제개발 정책을 국정과제의 최우선으로 추진 중이다.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TA)을 브라질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한 방책으로 보고 한국과의 협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지난달 브라질에서 고위급 회담을 갖고 내년까지 무역협정을 타결하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같은 시기 무역협회도 상파울루 최대 경제단체인 상파울루 산업연맹(FIESP)과 협력사업 추진 및 기업교류 활성화를 내용으로 하는 양해각서를 맺어 협상을 측면 지원했다. 무협은 1000여 브라질 대기업 임원으로 구성된 세계무역센터(WTCA) 상파울루와도 회동했다.

레오나르도 휘게이로 WTCA 상파울루 사장은 필자와 만난 자리에서 “브라질 기업들은 양질의 제품 수입에 관심이 많다”면서 우수한 제품 경쟁력을 보유한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강력 희망했다.

브라질은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2조 달러에 달하는 세계 8위 경제대국이자 세계 5위의 인구대국이다. 세계 최대 생산량을 자랑하는 농산물이 수두룩하고 천연자원도 풍부하다. 하지만 이런 잠재력을 살리지 못하다 보니 단기간에 고도성장을 이룩하고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도 앞서가는 한국과의 협력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과의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은 이웃한 아르헨티나도 마찬가지다. 아르헨티나는 19세기 후반만 해도 비옥한 팜파스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호령하던 경제대국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등 경제가 어렵긴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중남미 3위 경제대국이고 1인당 구매력평가(PPP) 기준 국민소득도 2만700달러로 중남미 최고 수준이다. 세계 6위의 광물자원 보유국이지만 국토의 75%가 미개발 상태여서 개발 잠재력도 매우 크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은 친시장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브라질에 이어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우리 정부 관계자는 메르코수르 협상 관계자를 만나 협정체결 논의를 이어갔고 아르헨티나 외교부 차관은 “한국은 우리의 전략적 파트너이며 한-메르코수르 협정은 양국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필자도 아르헨티나 최대 경제단체인 상공회의소와 민간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현지 경제인들은 “협상의 활용주체는 기업이고 협상을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남미 두 거인과의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돼 한-메르코수르 협정이 체결된다면 양측은 서로 지구 반대편에 신뢰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를 확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경제성장을 도모하고 새로운 일자리도 만드는 윈-윈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브라질의 삼바와 아르헨티나의 탱고가 대서양과 태평양을 건너 한국으로 흘러들고 있다. 세 정부의 활기찬 연주를 바탕으로 한국과 메르코수르 기업인들이 신명나는 합동공연을 펼칠 날이 멀지 않았다.

한진현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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