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이익 6~9%에 그쳐…카드결제 수수로 3% 떼면 남는 게 없어 -환경부 ‘판매이윤을 최하 9%’ 권고했지만 지켜지지 않아 -전문가, “종량제 봉투 가격 현실화 해야”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ㆍ김민지 인턴기자]#.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 사는 송모(24) 씨는 집 앞 마트에서 쓰레기 종량제봉투를 사려면 근처 ATM기를 찾아 현금부터 뽑는다. 마트에서 종량제봉투를 구매하려면 카드결제가 안되기 때문이다. 송 씨는 몇백원짜리도 카드결제가 되는 시대에 쓰레기 봉투가 카드결제가 안 된다는 게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는 “다른 물건은 1000원짜리 하나도 카드결제를 해주는데 왜 2500원짜리 종량제봉투는 안 해주는지 모르겠다”며 “평소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아 매번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마트와 편의점에서 쓰레기 종량제봉투를 판매할 때 현금결제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늘고 있다. 그러나 종량제봉투를 판매하는 소상공인들에게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지자체에서 결정하는 종량제봉투의 판매 이윤이 일반 물품에 비해 현저히 적어 이윤을 남기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쓰레기 봉투 하나 팔면 175원 남아요.” 지난달 10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마트 점주 심모(53) 씨가 말했다. 그는 “쓰레기 종량제봉투는 팔아봤자 남는 게 없어 이윤추구용이 아니라 이를 사기 위해 마트에 왔다가 다른 물건도 사는 ‘서비스 품목’정도로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쓰레기 종량제봉투의 판매이익률은 각 지자체에서 결정하고 있다. 판매이익률은 6~9%의 수준으로 일반물품의 마진율(15%~30%)에 비해 현저히 낮다. 10L 종량제봉투 한 묶음(10개 기준)이 2500원인데 공급단가는 2200원~2325원 수준이다. 각 구청에 문의해보니 관악구는 2250원, 종로구는 2325원, 동작구는 2350원이었다. 실제로 봉투를 팔아 남는 게 150원~200원이라는 얘기다.

상인들은 마진율이 낮은 상황에서 카드결제를 하면 이윤이 더욱 떨어지기 때문에 현금결제를 유도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60대 김 씨는 “쓰레기봉투를 팔아봤자 7~8%정도 남는데 카드 수수료 3%를 떼면 뭐가 남겠느냐”며 “어쩔 수 없이 되도록이면 현금결제 유도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지난 4월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쓰레기 수수료 종량제 시행지침‘을 통해 소상공인ㆍ자영업자 봉투판매소의 판매이윤을 최하 9% 기준으로 적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현재 서울시 25개의 자치구 내에서 3개 구만 9%의 판매이윤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 측은 구 세입과 관련되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수수료율을 늘릴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성북구 청소행정과 관계자는 “환경부에서 지침이 내려오긴 했지만 지자체 입장에서는 세입과 연관이 돼 있어 바로 올리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지자체에서 위탁한 쓰레기 종량제봉투 배송ㆍ판매소에서 종량제봉투 도매 결제를 현금으로만 받고 있는 것도 문제였다. 서울 동작구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김모(39) 씨는 “위탁업소로부터 봉투를 사올 때 80만 원 가량이 드는데 카드결제가 된다는 안내도 없이 현금결제와 계좌이체만 고수하고 있다”며 “카드결제가 가능하면 한 번에 큰 돈이 나가지 않으니 훨씬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다수의 종량제봉투 배송판매위탁업체는 소상공인에게 현금으로만 봉투대금을 받고 있었다. 동작구 위탁업체 중 하나인 A클린 관계자는 “도매 대금처리를 카드로 하는 곳이 어디 있느냐”며 “현금을 받거나 계좌이체를 하는 방식으로 금액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이 같은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는 종량제봉투 가격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정책국장은 “현재 지자체의 관련 세입 자체가 너무 적기 때문에 소상공인만 생각하기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사실상 지금의 종량제봉투 가격에는 쓰레기처리비용이 완전히 반영되지 못했다. 차라리 종량제봉투 가격을 현실적으로 올려 사회 전반적인 부담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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