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긴장감 고조-미국 셰일가스 붐으로 수요 공급 측면의 가격하락 압박 강해 중동 위기 고조될 경우 유가 상승 여지 여전히 존재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호르무즈 해협으로 이어지는 오만 해상에서 발생한 유조선 피격 사건으로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정작 국제 유가가 받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원유 수요 부진과 미국의 ‘셰일가스 붐’에 힘 입은 원유 공급량 증가가 최근의 중동 발(發) 유가 상승 압박을 상쇄시켰다는 분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란 제재가 심화되고, 원유 수송로를 둘러싼 안보 위기가 현실화되면 장기적으로는 유가가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13일(현지시간) 국제 유가는 오만 해상의 유조선 피격 사건 보도 이후 일제히 급등했다가 이후 소폭 하락하며 마감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한때 배럴당 4.5% 가량 치솟았지만, 안정세를 보이며 결국 2.2% 상승한 52.2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60달러 선이 붕괴되기도 했던 런던 ICE 선물거래소 8월물 브렌트유도 보도 직후 배럴당 62.59달러까지 오른 후 꾸준히 61달러 선을 웃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유 시장의 반응이 예상보다 “무덤덤했다”고 밝혔다. 유조선 피격 사건이 발생한 호르무즈 해협 매일 약 2250만 배럴의 석유가 통과하며, 이는 세계 일일 석유 생산량의 24%에 해당한다. 또한 지난달에도 아랍에미리트 해안에서 4척의 유조선이 공격을 받은 후 한 달 만에 또다시 피격 사건이 일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가가 중동의 정치, 지정학적 위기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국제 유가는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로 인해 이날 상승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최근 5개월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WTI의 가격은 배럴 당 66.30 달러를 기록한 지난 4월 말과 비교하면 약 20% 급락했다.

유가 정보 서비스의 톰 클로자 글로벌 에너지 분석 책임자는 “다른 해 같았으면 5~10% 가량 유가가 상승했을 텐데, 이번에 시장의 반응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RBC캐피탈의 헬리마 크로프트 글로벌 상품전략 책임자는 “유조선이 6대나 공격을 당했고, 베네수엘라에 대한 추가 제재도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 모든 사태의 조합은 브렌트 유가를 62달러가 아니라 100달러로 끌어올려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중동발 공급 제한 우려를 억제시키고 있는 것은 최근 세계 경제를 덮친 무역 긴장의 상승과 성장 둔화다.CNN비즈니스는 “현재 진행 중인 미중 무역 전쟁은 적어도 현재로서는 잠재적인 위협을 억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미국의 원유 생산량도 급증하면서 공급 측면의 유가 하락 압박도 심화되고 있다. 원유 주요 생산국으로서 중동 지역이 누려 온 프리미엄이 미국의 원유 생산 드라이브로 약화되면서, 결국 ‘중동 리스크’가 유가에 미치는 영향력도 줄었기 때문이다. 어게인 캐피털의 존 킬두프 파트너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내 원유 공급의 증가는 지정학적 사건에 대한 방화벽이 됐다”고 평가했다.

장기적으로는 유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미국이 이번 유조선 피격사건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한 가운데, 이란 핵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이란 간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게 되면, 유가 역시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다.만약 당장 미국의 대(對) 이란 추가 제재가 이뤄진다면 유가 상승 시기가 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에드 모스 씨티그룹 글로벌상품연구 책임자는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격화되면 당장 올 여름부터 유가를 상승시킬 가능성이 있고, 그 상승세가 가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원유 수송 과정에서의 위협이 높아짐에 따라 보험료 및 선박 운항 비용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유가가 영향을 받을 여지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운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해운사들이 선박 운항 비용 인상을 통해 이후 보험료 등을 상쇄시키려고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