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1조5000억원 돌파 눈앞…부채비율도 18%까지 감소 -M&A엔 다소 인색…스타트업 발굴에 적극나서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보유 현금이 1조50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 저하 속에 매년 수천억원의 현금이 쌓이고 있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부채비율도 18%까지 떨어지며 동종업계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놓고 인수합병(M&A) 등 대규모 현금이 필요한 투자에 다소 소극적인 회사의 경영방침이 재무제표에 반영됐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일각에선 소속 브랜드 노후화, 장기적인 투자전략 부재가 아모레퍼시픽의 성장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올해 1분기 기준, 1조415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1조2975억원에서 1000억원이상 증가했으며 이 추세라면 2분기에는 1조5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4년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이 4172억원이었다.
부채비율(부채총액/자기자본)도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보유 자본이 늘어나는 가운데 부채가 감소한 결과다. 2016년 27.3%였던 부채비율은 2017년에는 23.6%, 지난해에는 18.3%로 떨어졌다. 경쟁사인 LG생활건강 46.8%에 비교해 현저히 낮다.
이처럼 재무구조가 탄탄해지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실적이 줄어드는 가운데 현금이 이정도로 쌓이는 경우는 드물다는 이유에서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048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6% 감소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정 부채비율을 유지해야 하는데, 부채비율이 과도하게 낮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에 인색하다는 것”이라며 “단순히 현금을 쌓는 것만으로 미래 성장 기반을 확보할 수 없다”고 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중국의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중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면세점, 백화점 등에서의 제품 판매가 줄었고, 소비 트렌드의 변화로 에뛰드, 이니스프리 등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의 부진도 더해졌다. 이런 가운데 로레알, 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은 공격적으로 외형을 키워 나가고 있고 온라인에선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성장 정체를 타개하기 위해 자사 브랜드를 재정비하고 있다. 먼저 화장품 편집숍 아리따움의 구조조정에 나서며 온라인 자사몰도 개편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대대적인 판촉 활동을 벌이며 리브랜딩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이니스프리와 에뛰드의 경우 부진 점포 정리, 상품 수(SKU) 합리화 등으로 비용 절감을 꾀하고 있다.
업계에선 아모레퍼시픽그룹이 대규모 M&A 등으로 전환점을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움직임은 없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011년 ‘아닉 구탈’을 인수한 것을 마지막으로 8년째 M&A 시장에 발을 들이지 않고 있다. 이같은 보수적 행보에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초반 아모레퍼시픽(당시 태평양)은 본업인 화장품 외에 보험, 증권, 금융, 건설 등으로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했다가 부채비율이 치솟자 화장품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을 모두 정리했다. 이를 계기로 서 회장은 화장품 사업만 착실히 키워오며 자사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K뷰티의 가장 큰 경쟁력은 혁신성인데, 아모레퍼시픽은 에어쿠션 이후 이렇다 할 신규 상품이나 브랜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면서 “M&A에 대해 소극적이다보니 운용 브랜드도 제한적이고 운신의 폭도 좁아지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전략적 외부 투자를 통해 화장품 사업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는 입장이다. 2011년 신설한 벤처투자 전담조직 ‘아모레퍼시픽 벤처스’(AP Ventures)를 통해 국내외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고 있다. 2017년에 미국 화장품 온라인 쇼핑몰 ‘뷰티리시’(Beautylish) 지분 2.5%를 23억원에 매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는 ‘바람인터내셔날’, ‘그럼에도’, ‘히든트랙’, ‘블록오디세이’ 등에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화장품과 디지털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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