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부터 서울 입주 급감
공급 부족 현실화 가능성 커
전문가들 “급등 가능성 낮지만
추가 규제에 따른 부작용 우려”
#. 내년 여자친구와 결혼을 앞둔 서울 직장인 정모(34) 씨는 최근 성동구에 있는 역세권 한 아파트 전용면적 59㎡을 7억원에 계약했다. 대출도 모자라 양가 부모님에게까지 손을 벌리는 등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을 했다. 1990년대 후반에 지어진 이 아파트는 연초 대비 1억원 가까이 매매가가 올랐지만, 정씨는 “지금 못 들어가면 앞으로 아예 못 들어갈 것 같아 그렇게라도 해야했다”고 토로했다.
#. 지난달 개장한 서울 강남구 롯데건설의 ‘르엘’ 견본주택 전시관. 하루 200명으로 한정된 입장권을 받기 위해 영하권의 날씨에도 건물 밖까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내년 4월부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으면 현재보다 10~20% 가량 더 싸게 분양받을 기회가 열린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부분이 ‘더 좁은 문’을 만들 것이란 우려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견본주택을 찾은 40대 주부는 “청약 가점이 60점대 후반이지만 계속 커트라인이 높아지고 있어 불안하다”면서 “좋은 입지의 분양이 또 언제 나올지 알 수 없고, 당첨도 더 어려워질 거 같다”고 걱정했다.
▶서울 곳곳에서 공급부족 시그널=잇따른 정부 규제 속에서도 서울 집값이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전문가들은 ‘공급 부족’을 꼽는다. 서울의 경우 재건축·재개발 규제로 인해 2021년부터 입주 물량이 급감할 것이란 분석 자료가 잇따라 나오고 있어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13일 부동산114가 집계한 ‘연간 수도권 입주 물량 추이’를 보면 서울 아파트는 2015년 이후 올해(4만3016가구)까지 해마다 계속 증가해왔다. 그러나 내년에는 4만2012가구로 소폭 줄어들고, 2021년은 2만1939가구로 절반 수준까지 뚝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적으로 분양 이후 2년에서 3년 정도 지나야 입주가 진행된다. 국토교통부의 서울 아파트 분양 실적 통계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4만 가구 이상을 유지해 오다가 지난해에는 2만2176가구로 감소했다. 작년에 절반으로 떨어진 분양 실적이 결국 2021년의 입주 급감과 직결되는 셈이다.
올해는 다시 서울 분양 물량이 2만9815가구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분양가상한제 시행 전의 ‘밀어내기 분양’ 성격이 짙다는 것을 감안하면 재하락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등 서울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들은 각종 규제로 정비사업 진행 자체를 중단하고 사실상 장기전에 돌입한 상황이다.
▶재건축·재개발 사업 지연, 부메랑 우려↑=신규 아파트를 지을 땅이 거의 없는 서울의 특성상 재건축·재개발 사업 지연은 필연적으로 주택의 공급부족으로 이어진다.
서울시의회가 최근 발간한 ‘서울시 정비사업 출구전략의 한계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서울시가 총 393곳의 정비구역을 해제하면서 착공되지 못한 아파트는 24만8893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서울의 적정 입주량을 연간 3만 가구 이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비구역 해제로 인해 연 평균 3만 가구의 공급이 오히려 더 줄어든 셈이다.
다만 작년과 같은 ‘과열 급등’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말 시장 전망과 관련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소장은 “현재 시장에 매물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실수요자들이 집을 구매하러 나서면서 집값이 올라가는 구조”라며 “지난 2년 동안 서울 아파트의 절대 가격이 워낙 높아졌기 때문에 갑자기 급등하기보다는 꾸준히 강보합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김 소장은 “하지만 정부가 초강도 추가 규제로 시장에서 나오려는 매물을 더 묶어버릴 경우 오히려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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