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안정보고서’ 국회 제출

중소기업과 지방, 노인과 자영업자 등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를 중심으로 빚더미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급증하고, 지방에는 악성 미분양이 쌓여가고 있다. 노후 준비가 덜 된 채 60대에 접어든 베이비부머들은 빚에 의존해 자영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경기가 더 나빠지면 부실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관련기사 3면

26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2019년 12월)’를 보면, 올해 9월 말 현재 민간신용은 전년 동기에 비해 5.9% 증가했다. 신용증가율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인데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빚 부담은 더욱 커졌다. 명목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중은 194.5%로 전년 동기(186.3%) 대비 무려 8.2%p(포인트) 높아졌다.

기업신용이 가파르게 늘었다. GDP 대비 기업신용 규모는 101.1%로 전년 동기 대비 6.0%p 상승했다. 자본 대비 부채비율도 올 상반기 기준 77.6%로 지난해 말보다 2.3%p 올랐다. 대기업(76.3→78.7%), 중소기업(56.2→57.7%) 모두 증가했다. 또 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은 지난해 상반기 9배에서 올 상반기 4.4배로 반토막났다. 대기업(9.4→4.6배), 중소기업(2.9→1.3배) 모두 크게 악화됐다. 특히 중소기업의 절반 정도는 번 돈으로 이자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경영이 어려워지며 시중의 유동성은 더욱 부동산으로 쏠렸다. 부동산 관련 금융 익스포저는 9월 말 기준 2003조9000억 원으로 지난해 9월에 비해 6.5% 증가했다. 2012년까지만 해도 명목GDP의 70% 수준(1000조2000억원)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GDP를 뛰어넘는 규모(105.1%)에 이르렀다. 비은행권이 기업대출과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크게 늘리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방 부동산은 경기 악화로 미분양 문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만9000호로 지난해(1만7000호)보다 늘었다. 지방이 1만6000호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소진도 잘 되지 않는다.

상가·오피스 등 상업용 부동산 역시 마찬가지다. 온라인쇼핑 중심의 소비행태도 상가 임차수요를 감소시켜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대출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진단됐다.

세대별로는 60대 이상 고령층의 대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60대 이상의 가계 대출이 전체 세대 중에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14.8%에 불과했지만 올해 3분기에는 18.1%로 늘었다. 김성훈 기자/pa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