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달빛 배경에 하늘을 나는 자전거. 이 장면 덕분에 전 세계는 영화 ‘E.T.’에 열광했다. 외계 생명체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지만 수많은 팬들은 E.T의 초능력에 흥분했다. 인간의 상상력을 극도로 자극하며 언젠가 다가올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감도 잔뜩 갖게 했다. 개봉 40년이 되도록 지금도 E.T.의 명장면으로 회자되는 이유다.
‘Extra Terrestrial’. 말 그대로 지구 밖에 있는 존재 즉 ‘외계인’이다. 여전히 미지의 대상이지만 영화, 소설 등 여러 허구 콘텐츠에 등장하는 외계인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인간의 능력을 훨씬 능가하는 지능과 기술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E.T. 같은 영화 등을 통해 인간은 이미 외계인을 범접할 수 없는 경지로 설정해 왔다.
그렇다고 ‘외계인의 존재감’은 허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상식적으로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과학기술 제품이나 최첨단 무기가 실제로 개발됐을 때 ‘외계인을 데려다 만들었다’는 반응들이 따른다.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는 연구개발(R&D)과 이를 제품으로 구현한 노력에 대한 일종의 ‘찬사’다. 외계인이 만들었단 비유가 나올 정도로 독보적인 혁신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이기도 하다.
이 같은 비유는 1950~1960년대 미국과 러시아(구 소련) 등이 무기를 개발하던 당시부터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자동차, IT 제품으로 확대돼 놀라운 기술이나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외계인’이 등장하곤 했다. 폴크스바겐은 디젤 연비 조작 게이트를 딛고 지난해에도 세계 최다 자동차 판매 기업 타이틀을 유지했다. 외계인 수준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폴크스바겐의 가장 큰 무기다. 포르쉐도 넘볼 수 없는 주행 성능과 품질로 스포츠카 업계서 외계인 평가받고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다. 애플은 전에 없던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을 선보이며 혁신의 대명사로 거론돼 왔다.
국내서는 삼성전자에 이 같은 평가가 몰렸다. 주로 반도체 분야로 기흥·화성 공장에 외계인이 근무한다는 유머까지 나왔다. 삼성전자도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외계인썰’ 영상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달 1초에 5GB급 풀HD 영화 82편을 전송할 수 있는 초고속 D램 반도체를 세계 최초로 선보이며 외계인 수준의 경쟁력을 또 한 번 입증했다.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를 선보였을 때도 외계인 비유가 나왔다. 경쟁사들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방식의 아웃폴딩(밖으로 접는 방식)을 택했을 때 삼성전자가 인폴딩(안으로 접는 방식)을 최초 적용해 외계인 수준의 기술력으로 압도했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삼성전자가 최근 선보인 갤럭시 Z플립은 이런 호평을 등에 업은 제품이다. SNS 상에선 애플 골수팬들의 ‘변심’ 고백이 이어지고 있다. 한 사용자는 “아이폰 1세대부터 13년을 ‘앱등이’로 살아왔는데 처음으로 사고 싶은 삼성폰”이라고 밝혔다. 뒤를 이어 “심각하게 같은 고민 중”이란 수십 개의 댓글도 달렸다.
혁신이 곧 생존 조건인 환경에서 ‘외계인을 데려왔다’라는 평가는 한낱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소비자 마음을 얻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40년 전 하늘을 날던 자전거처럼 획기적인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결국, 외계인 같은 존재감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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