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운용 방식·출자 규모 진통

증권·보험업계는 통합 운용 선호

5대 금융지주 재원 마련도 비상

투자 대상 기준 등 난제 산적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와 같이 다음달 초 본격 가동될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기존 출자비율과 운용방식을 따를 채안펀드와 다르게 전례가 없어서다. 금융기관별 출자 규모, 투자대상 선정 기준 등이 담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단계부터 참여기관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특히 채안펀드에 이어 증안펀드에서도 가장 큰 금액을 부담해야할 은행권이 펀드 운용의 주도권을 놓고 비은행권과 대립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10조7000억원이 투입될 증안펀드는 참여기관별 출자 비중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산업은행이 2조원, 5대 금융지주가 각 1조원씩 그리고 나머지 3조원은 18개 금융업 선도기업이 증안펀드 재원을 담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5대 금융지주는 증안펀드에 출자할 재원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주력인 은행들의 채안펀드 출자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비은행 계열사 자산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신한금융과 KB금융의 경우 비은행 계열사 자금을 최대한 끌어 모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은행 비중이 앞도적인 하나금융과 농협금융은 은행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위험가중치가 채권보다 더 높은 주식에 투자할 증안펀드 재원까지 감당하는 것은 은행 건전성 관리에 상당한 부담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도 증안펀드 출자할 18개 기업에 5대 금융지주 계열사는 제외키로 했다.

증안펀드 운용 방식도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채안펀드와 같이 펀드 재원을 한꺼번에 운용하는 통합펀드 방식과 출자기관별로 운용하는 단독펀드 방식을 놓고 충돌 중이다. 최근에는 중재안으로 출자기관을 몇 곳씩 묶어 그룹별로 자금을 운용하는 연합펀드 방식이 제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은행 출자기관은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개별적인 운용에 부담을 느끼며 통합펀드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출자금액이 클 금융지주들은 독립적으로 펀드를 운용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일단 큰 틀에서만 통합펀드를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분위기다. 은행권 입장을 고려해 ‘펀드 오브 펀드’ 형태로 자펀드 운용에서는 각 출자기관의 독립성을 최대한 반영하는 방안이다.

금융위원회 관게자는 “일부 출자사들이 단독 펀드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공통으로 운용하는 가이드라인을 주려고 한다”며 “(모펀드가 될 통합펀드에서 파생될) 자펀드의 경우 출자사 각각이 운용사를 선정하겠다고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다음주 시장에 돈을 투입해야 할 증안펀드는 투자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캐피탈콜(Capital Call) 방식으로 자금을 모집해 KOSPI200 등 증권시장 전체를 대표하는 지수상품에 투자한다는 방향성만 제시한 상태다. 이에 증안펀드 자금은 대부분 상장지수펀드(ETF)에 공급될 전망이다. 현재 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ETF 상품은 시장지수, 업종, 파생상품, 해외주식, 원자재 등 유형별로 50개가 넘는다.

이승환·김성훈·홍태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