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법 80조 준수 강조
비우량사 지원대상 배제될수도
한국은행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 직접대출이란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현행 법상 한은은 대출대상에 경영조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에 한은이 증권사에 대한 경영실태 조사에 나서는 첫 사례가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3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이번 발표한 비은행 대출 정책은 금융상황이 더 악화될 것을 전제로 한 계획이기 때문에 정확히 담보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해선 앞으로 결정해 나갈 것”이라며 “대신 거의 전례 없는 직접 대출 방식을 써서라도 한은은 금융권 유동성 공급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고, 동시에 중앙은행으로서의 손실 최소화 원칙도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일 간부회의에서 “한은은 기본적으로는 은행 또는 공개시장운영을 통해 시장안정을 지원하지만, 상황이 악화될 경우에는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한국은행법 제80조에 의거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해 대출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법 제80조는 금융기관의 신용공여가 크게 위축되는 등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자금 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 한은이 금융통화위원회 의결로 비은행 금융기관 등 영리기업에 여신을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동시에 여신과 관련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이들 회사의 업무와 재산상황을 조사·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한은이 은행 외에 한은법 제80조를 적용해 대출한 사례는 외환위기 시절 종합금융사 업무정지 및 콜시장 경색에 따른 유동성 지원을 위해 한국증권금융(2조원)과 신용관리기금(1조원)에 총 3조원을 대출한 게 유일하다. 특정 기업 지원을 위해 이 조항을 적용한 사례는 없었다.
결국 이 총재가 경계한 특혜시비를 막기 위해서는 긴급여신을 받을 자격이 충분한지와 한은의 손실가능성 등을 따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한은이 우량한 곳만 골라 자금을 빌려 줄 경우 당장 돈이 급한 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회사들은 소외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총재의 발언에도 아직 한은 내부적으로 비은행 긴급여신을 위한 실무적 준비는 전무한 상태다. 준비를 갖추고 조사를 거쳐 실행까지 이어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한편, 중앙은행이 회사채와 CP를 직접 매입에 나서야 한단 주장에 대해 한은은 미국과 영국처럼 정부의 신용보증이 전제되면 가능하단 입장이다. 서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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