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금융 실적 둔화 IB부문 ‘숨고르기’

거래대금 늘며 브로커리지 수익 ‘껑충’

신성장 동력 재평가 ‘개미 유치’ 총력

초대형IB(투자은행)를 꿈꾸며 IB 부문을 강화하던 국내 증권사들이 최근 목표점을 수정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IB 부문이 큰 타격을 입은 반면, 리테일 부문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등장하는 역설적 상황이 형성되면서다.

이에 증권사들은 사업부 쏠림을 해소하는 동시에 전세계적 감염병 등 위기 상황에서도 고른 성과를 낼 수 있는 ‘이뮨(immune·면역)’ 포트폴리오에 주목하고 있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주요 증권사 실적에서 IB 부문과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등 리테일 부문 간 실적 ‘역전’이 일어났다. 코로나19 여파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이에 따라 주식 거래대금이 급증하면서 브로커리지 부문 실적이 두드러진 반면, 전반적 기업활동 위축으로 기업금융 등 IB 부문은 숨고르기에 들어간데 따른 현상이다.

자기자본 규모 업계 1위인 미래에셋대우는 1분기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으로 1432억원을 거둬 전분기(839억원)보다 70.7% 급증했다. 반면 IB 수수료 수익은 782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5.6% 감소했다.

수익 비중으로 보면 작년 4분기 IB 수익이 22.7%, 브로커리지 수익이 20.5%로 IB가 소폭 앞섰지만 올해 1분기에는 브로커리지 40.7%, IB 22.2%로 크게 역전됐다.

NH투자증권도 1분기 브로커리지 수익이 1032억원으로 전분기(612억원)보다 68.6%나 늘었다. 그나마 IB 부문의 전통적 강자인 NH증권은 IB 수익이 667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5.7% 늘면서 선방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도 브로커리지 수익이 840억원으로 전분기(492억원)보다 70.7% 늘었고, IB 수익은 31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4.6% 감소했다.

이처럼 부문별 실적에 코로나 여파가 그대로 반영되면서 증권사 내부에서부터 IB 쏠림으로 치닫던 사업 구조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의 WM부문 임원은 “전통적으로 증권사의 ‘백본(backbone·척추)’은 리테일이지만, 적은 인력으로 큰 규모의 이익을 남기는 IB 부문과 비교해 WM은 인력이나 마진 구조 면에서 비용이 크고 수익은 적게 남는 사업으로 분류돼 왔다”면서 “IB는 경기에 취약하고 수익 변동성이 큰 만큼 이에 대비해 전체 이익 변동 폭을 줄이고 증권사의 기본이 되는 WM 역할이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DCM(부채자본시장)과 ECM(주식자본시장) 등 전통 기업금융업무는 경기 사이클에 취약할 수 밖에 없고, 국내외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또한 글로벌 건설경기와 직결돼 있다. 특히 올들어 사업계획을 보수적으로 전환한 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일제히 미루거나 중단하면서 M&A(인수합병) 인수금융과 해외 대체투자 업무 역시 사실상 올스톱 상태였다.

한편 ‘동학개미운동’이란 신조어를 낳기까지 한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부각되면서 브로커리지가 ‘사양산업’이 아닌 ‘성장산업’이라는 재평가도 나온다.

한 증권사의 프라이빗뱅커(PB)는 “기존 ‘개미’들에 비해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투자행태가 상당히 스마트해졌고, 자금력도 강해서 업계에선 이를 놀라워하는 분위기”라며 “내부적으로는 휴면고객과 신규고객 자금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WM 조직 강화 움직임이 나타난 곳도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본사 IB 부문 직원 일부를 지점 PB로 전보하는 등 인력을 재배치했다. 회사 관계자는 “주식 거래 급증으로 지점 등 WM 부문 업무가 과중되면서 일부 인력에 재조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동학개미’ 현상 역시 변동장에 일시적인 광풍일 뿐이라며, 개인투자자에 사업구조를 의존하거나 거래를 부추기는 양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개인이 주식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해 오던 증권사들로서는 신규계좌 개설 폭증으로 고객군이 늘어나 수익 기반을 탄탄히 했다는 것을 가장 의미있는 성과로 보고 있다”면서 “이번 ‘동학개미’ 역시 일시적인 현상인 만큼 유입된 고객을 잘 지켜내면서 브로커리지 지속 성장을 꾀하고, 동시에 IB 부문 리스크를 관리하는 경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