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이사장 자리가 공석이었던 5개월간 전 세계는 패러다임 변화를 겪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원격수업·온라인쇼핑 등 일·소비·여가 방식의 근본적 변화와 함께 산업구조는 물론 국제질서까지 초유의 상황이 전개중이다.
투자환경에는 한파가 몰아닥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노딜 브렉시트, 저금리, 세제 악화 등 험로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11.3%라는 최고 수익률을 거둔 국민연금은 올 2월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운용자산은 737조원에 이른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투자 큰손으로 성장했다. 글로벌 주요 연기금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운용자산이 불어나는 점도 전 세계가 주목하는 점이다. 글로벌 기업의 CEO는 물론 해외 정·재계 인사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 국민연금 이사장과의 미팅이 필수가 되고 있다. 다만 운용자산 증가 요인으로 투자성과보단 국민연금을 내는 사람이 많은 자연 증분이 크다는 건 아쉬운 점이다.
받는 사람이 많아지기 전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게 국민연금의 최우선과제다. 받는 사람이 많아진 일본 GPIF는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연기금은 투자환경 악화로 주식·채권 대신 대체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일본 GPIF는 몇년씩 돈이 묶이는 대체투자엔 눈길조차 주지 못한다.
이런 비상국면에서 국민연금 이사장 자리는 아직 빈 자리다. 지난 1월 김성주 전 이사장의 사임 이후 총선이 끝난 이달이 돼서야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공모 과정을 거치는 데 보통 한 달 정도 걸려 다음달에나 새 수장이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 전 이사장 사례처럼 정치권 인사를 차기 이사장에 임명할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낙선 또는 낙천했거나 불출마를 선언한 정치인 출신이 될 것이란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올해 코로나19 사태는 과거 IMF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능가할 정도로 글로벌 경제 충격을 줄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대행 체제를 통해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시스템을 갖췄을 테지만 정부 입맛에 맞는 인사를 위해 수장 공백이 길어진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다. 연초에 짜둔 단기 및 중장기 자산운용 계획 등을 수정하고 대책 마련을 고심해야 하는 상황에 말이다.
누가 됐든 신임 이사장은 공석이었던 5개월을 메워야 하는 만큼 어깨가 무거울 것이다. 국민연금의 운용자산 수익률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코로나19 지원금, 국가긴급자금 투입 등 정부의 재정 적자가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자산운용 전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새 이사장은 운용역이 투자를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운용자산 확대로 인력 확대가 시급하지만 본사의 지방이전 등으로 인재 이탈이 심각하다. 인재 확보, 성과에 대한 보상, 투자 결정에 대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체제 등의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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