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를 가로막는 장벽들

기부급여제, 발의에도 논의 뒷전

1인 노인 가구 확산에 도입 절실

의향자 60%가 ‘기부급여’ 원해

상속세 손질·사회적 합의도 필요

긴급재난지원금을 시작으로 기부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곳곳에 퍼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기부 후진국으로 꼽힌다. 기부 제도가 경제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이번 재난지원금 릴레이 기부를 계기로 성숙된 기부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4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유민봉 미래통합당 의원이 발의한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오는 29일 20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두 차례 안건으로 올라오기는 했지만 제대로 된 논의는 하지 못했다. 김관영 무소속 의원의 기부연금법안, 정갑윤 미래통합당 의원의 나눔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도 마찬가지다.

이들 법안은 모두 기부급여제(기부연금) 도입을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 기부급여제는 개인이 기부단체에 부동산이나 현금을 기부하면 절반(50%) 한도 내에서 본인이나 가족이 매달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연금을 받는 사람이 사망하면 남은 기부금은 기부를 약속한 공익단체에 귀속된다.

기부가 부진한 우리나라에서 기부를 장려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로 꼽힌다. 특히 고령자의 기부를 촉진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란 기대가 있다. 평균 수명 연장으로 노후가 불안하지만 기부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실제로 행정안전부가 2018년 발주한 ‘기부급여제 도입에 따른 법제도 개선 연구용역’에 따르면 미국의 기부급여 수급자 중 81.6%가 75세 이상이고, 평균연령이 79세에 이른다. 유산을 정리하는 성격을 포함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모금가협회가 2018년 행안부로부터 용역을 받아 10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명 중 4명(40.1%)이 향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재산을 환원할 의향이 있는 사람 10명 중 6명(58.5%)은 기부급여 방식으로 하고 싶다고 전했다. 사별·이혼 상태로 자녀가 없는 동시에 월소득이 400만~500만원 미만인 50대에서 높은 반응을 보였다는 게 특징이다.

정부 내부서는 장기적으로 필요한 선진국형 기부 제도지만 국내선 제도적, 문화적으로 장애가 많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민법상 자신의 재산을 임의로 처분해도 뒤늦게 자녀들이 최소한의 유산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낼 수 있다. 미국은 배우자 외에 자녀에게 유류분권이 인정되지 않는 등 우리와는 사정이 다르다.

관할 부처인 행안부 관계자는 “우선 민법상 상속세 규정 등을 손봐야 하고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정부서도 1인 독거 시대에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부자가 기부했기 때문에 다른 세제 혜택을 주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은 큰 오산”이라며 “사람들의 순수한 의도를 잘 살려 기부 문화를 조성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