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배우 안은진(29)은 유연하다. 인터뷰가 기계적이지 않다. 기자 앞에서 너무 벽을 치고 말하면 재미가 없고 인간미를 느끼기 힘드는데, 안은진은 자신이 하고싶은 말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고 말을 함부로 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자신의 감정을 오롯히 전하며 하고싶은 말을 자신만의 표현법으로 말하는 내공. 우리 나이로 서른의 연예인이, 아직 스타라고는 할 수 없는 신인급이 이 정도의 인터뷰 실력을 가지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4000여명(팀)을 인터뷰해본 기자의 소감이다.

안은진은 최근 종영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산부인과 레지던트 2년차 추민하 역을 맡았다.

“초반 대본만 가지고 작가와 미팅했는데, 민하는 반전이 있는 캐릭터라고 하더라. 남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직선적이어서 때로 미움도 받지만 뒷끝이 없고 반전이 있다는 말이 좋았다.”

추민하는 의욕 넘치는 산부인과 열정녀지만, 연애는 낙제요, 패션은 오바요, 화장은 에러다. 분량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매회 감정신을 소화해야 했는데, 융통성이 있는 안은진에게 딱이었다. 결과도 성공. 분량 이상의 존재감과 매력을 어필했다.

추민하는 ‘메알못’(메이크업을 알지못하는 사람)으로 설정돼 흑진주, 물광, 과즙 등의 메이크업을 선보이며 큰 웃음을 주었다. 전작인 ‘검사내전’에서도 카뮬로스 대군주라는 게임 캐릭터의 코스튬을 하고 ‘통영지청’ 옥상에서 남자검사에게 사랑을 고백했다가 “게임안에서만 모시고 싶다”는 말을 들었다. 안은진은 “의상은 코미디이고, 드라마는 정극”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슬의생’ 제작진의 준비자세에 대해 놀랐다고 했다.

“슬의생은 준비만 4년 했다고 들었다. 제 촬영장면은 산부인과 의사 세 분이 현장에서 항상 체크해줬다. 수술실에서 조금만 이상하다고 느껴지면 바로 물어볼 수 있었다.”

현장은 꼼꼼할 뿐만 아니라 따뜻했다. “감독과 스태프가 ‘응답’ 시리즈때부터 호흡을 맞춰 친숙했다. 나만 녹아들면 됐다. 현장은 배우들을 존중해준다. 저 같은 막내까지 배려한다. 눈치를 본 적이 없다. 편안하게 연기했다. 최고의 일터였다. 특히 신원호 감독님은 현장을 따뜻하고 넉넉하게 만들어주시고 내가 마음껏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해주셨다. 벌써 시즌2 현장을 가는 게 기대된다.”

안은진은 ‘슬의생’이 기대 이상의 큰 반응이 나온 이유에 대해서도 말했다.

“대본이 술술 읽히고, 재미있고, 명확했다. 대본을 받을 때마다 기대됐다. 시작이 대본이다. 내가 읽을 때도 재밌는데, 시청자들도 좋아해주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어보면 소소한 에피소드만으로도 잘 굴러간다.”

안은진이 연기한 추민하의 또 하나의 특징은 산부인과 조교수 김대명(양석형)과의 러브라인이다. 민하는 이혼남 석형에게 과감하게 대시한다.

“4부에서 석형 교수가 무뇌아의 입을 막으라고 해 의아했는데, 산모를 위한 것이었다. 석형이 인사를 해도 잘 받아주지도 않지만 따뜻한 사람인 걸 알아봤다. 용기가 없어 고백을 못하는 거다. 자발적 아싸다. 내가 열면 된다. 두드리면 언젠가는 열리겠지 하는 마음으로 다가갔다. 밀당은 없다. 정공법이다.”

하지만 마지막회에서 석형은 전처로 보이는 윤신혜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안은진은 “민하는 전화가 온 사실을 모른다. 윤신혜가 왜 전화를 했는지 시즌2가 정말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양석형 교수처럼 묵묵하게 자기 일을 하며 솔직하고 따뜻한 남자가 이상형이다”고 했다.

안은진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출신으로 박소담, 김고은과 동기다. 김고은은 술을 잘 사준다고 했다. “주변에 잘된 친구들을 보면서 유명한 게 좋은 것만은 아니구나, 돈을 벌면 다 댓가가 있구나, 하는 걸 알았다. 나는 아직 돈을 벌지 못했지만 그런 걸 학습했다. ” 뮤지컬로 데뷔한 안은진은 “오랫동안 배우로 남고싶다”면서 고향 같은 뮤지컬 외에도 드라마, 영화에도 계속 도전할 계획이다.

wp@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