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0%로 낮춰잡았다. 우리나라는 -1.2%로 전망치에 포함된 46개국 중 가장 충격이 덜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미국(-7.3%), 중국(-2.6%), 일본(-9.1%), 영국(-11.5%) 등 주요국 성장률이 큰 폭으로 하향조정됨에 따라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높은 전염성과 치사율을 보이는 코로나19는 아직 치료제가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바이러스 발생 원인에 대해서도 박쥐, 천산갑 등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잦아지는 감염병 발생의 근본 원인이 인간의 무절제한 자연파괴라는 점에는 대체적인 동의가 이뤄지고 있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생태계를 파괴하고,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들이 인간과 자주 접촉하게 되면서 코로나19, 사스, 메르스 등 인수공통감염병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올해 5월 이산화탄소 농도가 평균 417.1ppm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450ppm에 이르면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2도까지 상승하며 극단적인 기상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제사회는 ‘평균 기온 상승 2도 이내’를 지켜내기 위해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신재생에너지, 삼림조성 등 탄소 감축·흡수 활동을 통해 실질적인 배출총량을 줄여나가자는 것이다. 그러나 협약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고, 지금 추세대로라면 이 마지노선까지는 불과 17년밖에 남지 않았다.

‘탄소 제로’는 인류 공동의 책임이자 모든 산업계의 당면과제다. 농업도 예외가 아니다. 농업 분야는 지구 탄소배출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최근 ‘탄소 제로’를 목표로 2030년까지 농약 사용 50%, 비료 사용 20%, 축산과 어류 양식에 사용되는 항균제 판매 50% 감축 전략을 제시했다. 아울러 유기농업의 농지 비율을 25%까지 높이고, 전체 농지의 10%는 생물다양성이 높은 환경이 되도록 한다는 목표도 내놓았다. 법안으로 만들어지기까지는 회원국과 EU의회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탄소배출에 대한 유럽 농업계의 위기의식과 책임감을 읽을 수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50년까지 세계인구는 100억명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이 인구가 먹고살기 위해서는 2010년에 비해 약 56%의 칼로리, 즉 식량이 더 필요하다. 식량증산은 생존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게다가 평균소득이 증가하고 식품소비 트렌드가 변화함에 따라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는 육류의 소비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인구증가는 더 많은 식량을 요구함과 동시에 늘어난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더 넓은 녹지와 자연생태계를 필요로 한다. 인류는 ‘환경보호’와 ‘식량증산’ 사이에서 이상적인 길을 찾아야 한다. 식량증산이 반드시 더 많은 농지와 더 많은 탄소배출로 귀결돼서는 안 된다. 자연서식지를 파괴하지 않고 식량생산을 늘리는 것, 탄소배출을 줄이는 농법을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 농업이 추구해야 할 농업혁신의 방향이다.

대량 생산을 위한 고투입 농업과 공장식 축산은 기후변화라는 새로운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탄소배출은 현재진행형이고,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지금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환경친화적 농업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

이병호 aT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