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6명 ‘3低시대=투자기회’ 인식
언택트 포트폴리오로 투자 시기 저울질
시장조정시 증시 역대급 자금 유입 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와 저금리 환경에서도 투자 기회를 포착한 거액 자산가들의 ‘머니 무브’가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채권·펀드·예금 등에서 돈을 빼고 위험자산인 주식으로 갈아타려는 움직임으로, 특히 해외주식과 언택트, 성장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2일 헤럴드경제가 10개 증권사 PB 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산가들은 현재를 투자하기에 어떤 시점으로 인식하느냐는 질문에 ‘기회로 본다’는 응답이 60%(15명)를 차지했다.
‘유보 또는 관망할 때라고 본다’는 대답은 40%(10명)였고, ‘위기로 본다’는 답변은 한 명도 없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 장기화로 실물 경제와 금융시장의 충격이 우려되는데도 적극적으로 투자 기회를 찾을 타이밍이라고 보는 자산가들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자산가들이 투자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걸림돌이 적지 않았다. 요즘 자산가들의 최대 고민거리를 묻는 질문(복수 응답 가능)에 절반 가까이(46%·13명)가 ‘3저(저성장·저금리·저물가) 등 거시경제 침체’를 지적했다.
‘세제 강화에 따른 절세 전략’을 고민한다는 응답도 29%(8명)나 됐고, ‘부동산시장 부진 및 규제 강화’와 ‘코로나19에 따른 증시 부진’을 선택한 답변도 각각 11%(3명)로 집계됐다. 이 밖에도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따른 남북 갈등 가능성을 우려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한국은행,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제로금리에 돌입한 데다 증시변동성이 확대되고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서 예전처럼 자산을 불리기가 어려워졌다는 방증이다.
이런 환경에서 자산가들이 최근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을 확대하며 적극 투자에 나서는 자산은 단연 주식이었다. 25명 중 24명(96%)이 주식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기를 끄는 언택트 관련주나 바이오·IT·통신업종, 고배당주가 주목을 받았다.
특히 해외주식에 대한 관심이 컸다. 전체의 36%(9명)는 미국 등 해외주식을 선택했다. G2(미국·중국) 주식을 비롯한 글로벌 대형 우량주나 미국 클라우드 상장지수펀드(ETF)를 꼽는 응답도 있었고, 국내주식 비중을 줄이는 대신 해외주식을 늘린다는 답변도 있었다.
대형 증권사 PB는 “강남권에 빌딩을 소유한 고객이 장기 투자 중이던 국내 기업 주식을 전량 매도하고 아마존 주식을 산 일이 있었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70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전했다.
반대로 포트폴리오 내 비중 축소 중인 자산으로는 ‘채권’이 40%(10명)로 가장 많았다. 이 중 2명은 ‘브라질 등 신흥국 채권’을 들었다. 또 ‘예·적금 비중을 줄인다’는 응답도 16%(4명)이었다. 이는 금리인하에 따른 변화로 보인다.
펀드에 대한 관심도 식고 있다. 28%(7명)가 ‘사모펀드나 국내주식형 펀드 등 펀드 비중을 줄인다’고 답변했다. 주식 중에서도 ‘화학·철강·건설·플랜트 업종 비중을 줄인다’는 응답이 있었다.
정부가 잇단 규제를 내놓고 있는 부동산과 관련해선 ‘증여를 할 뿐 팔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십억원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자산가 입장에선 고가 주택을 굳이 처분하기보다 자녀·배우자 등에게 증여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한편 변동성이 증대되는 환경에서 유동성과 안전자산에 대한 시각은 엇갈리는 모습이다. ‘달러 등 현금 비중을 확대한다’는 답변과 ‘축소한다’는 답변이 똑같이 16%(4명)로 나타났다. 금의 경우 ‘비중 확대’ 의견이 16%였다.
서울 강남구 영업점 소속의 한 PB는 “거액 자산가 고객이 저금리 강화, 부동산 규제 등에 따라 주식시장 진입을 위해 거액의 현금자산을 예치해 놓고 투자 시점을 저울질하면서 언택트 관련 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며 “시장이 의미 있는 조정을 받는다면 국내 증시와 해외 증시로 역대급 자산이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경·강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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