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0일 21대 국회가 개원하자 여야 의원 간에 공부모임 발족이 줄을 잇고 있다. 이들은 모두 ‘미래의 새로운 경제·사회’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를 공부하고 수권자세를 갖추겠다는 점은 공통된 듯하다. 구체적인 주제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회의 변화’ ‘4차 산업혁명의 촉진 방안’ ‘블록체인과 공유경제’ 들을 공부하겠다고 한다.

과거 거물 정치인들의 공부모임이 계파세력을 확장하겠다는 것이었다면 최근 유력 정치인들의 공부모임은 ‘공부하는 정치인 만들기’로 변한 것도 뚜렷한 특징이라고 한다. 정치인 사이에서 ‘공부하지 않고는 시대를 따라갈 수 없다’는 위기감이 공감대를 이뤘다고 한다. 이를 바라보는 필자에게 반가운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과연 국회의원들의 공부열풍이 실제 코로나19로 급히 촉진된 4차산업혁명이 초래한 디지털 변환 요구를 입법으로 담아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함께하게 된다.

필자는 20대 국회 미래일자리특위에서 6개 법안을 제안해 이를 채택하게 한 바 있다. 이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반응은 필자를 지목하며 ‘규제완화론자의 먹잇감 돼버린 국회 미래일자리특위’라는 것이었다. 세계 경제가 디지털경제로 급변하고 있어 우리가 현재 수준의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산업혁명시대의 주역인 혁신기업들이 나올 수 있게 새로운 운동장을 깔아줘야 한다.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 만들어진 규제들이 디지털 시대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면 이는 시대에 맞지 않는 낙후된 규제이므로 이를 재정비해 우리 혁신기업가들이 적어도 글로벌 운동장에 진입이라도 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닌가.

일례를 들어보자. 올해 5월 20일 20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에서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킥보드와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퍼스널 모빌리티)의 자전거도로 주행을 허용했다. 이를 두고 언론과 업계는 ‘퍼스널 모빌리티, 탄탄대로 열렸다’며 환영하는 성명을 냈다. ‘대륙의 실수’ 중국 기업 샤오미가 개인형 이동장치인 ‘나인봇 미니’를 발매한 것은 2015년이다. 우리가 도로교통법에 묶여 개인형 이동장치를 탈 곳이 없게 되자 개인형 이동장치시장이 사라져 버렸다. 그 결과, 이를 제조하려던 중소기업들은 모두 개발을 포기한 지 오래다. 그동안 중국산 제품은 전 세계를 상대로 판매돼 가성비 최고 제품으로 진화했다. 전용앱으로 이용자의 이동습관과 위치정보까지 거둬들이는 상황이다.

개인형 이동장치뿐이랴. 중국이 2017년부터 적극 밀고 있는 공유경제는 생활 서비스, 생산력(제조), 교통, 지식기술, 오피스, 숙박, 의료 등 모든 생활영역에서 유니콘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2018년 말 통계에 따르면 중국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기업 83개 중 공유경제 관련기업은 34개라고 한다. 공유경제는 과잉공급을 줄이고 새로운 혁신시장과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로 진출하는 유니콘을 키워내므로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제격이다. 그러나 20대 국회는 신구세력 간 사회적 갈등을 우려해 공유경제 서비스와 관련한 규제개혁에 실패했다.

혁신시장이 형성되는 초기에 발 빠르게 규제를 완화하지 않으면 공급자들의 판매시장이 사라져 결국 세계시장을 주름잡는 강자들과 경쟁할 수 없고, 뒤늦게 규제를 완화하면 시장을 선점하고 특허장벽을 높게 세운 글로벌 강자들 때문에 우리 앞마당에서조차 우리 제품과 서비스는 자취를 감추게 된다. 21대 국회에 규제개혁보다 급한 일이 또 무엇이 있을까.

구태언 법무법인 린 테크앤로 부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