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UNIST 공동연구 개가
유전율 낮은 신소재 한계 돌파
산학 협력 성과…‘네이처’ 게재
日 수출규제 대응 돌파구 기대
반도체 칩 안의 소자는 ‘더 작게’, 칩의 작동 속도는 ‘더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소재가 개발됐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공동으로 반도체 칩 안의 소자를 더 작게 만들 수 있는 신소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5일 발표했다. 이 소재는 반도체 칩의 전력 소모를 줄이고 작동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어 반도체 미세공정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신소재가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 등으로 위기에 놓였던 국내 반도체 산업에도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종합기술원 신현진 전문연구원팀과 울산과학기술원 신현석 교수팀은 공동연구를 통해 반도체 소자를 더 미세하게 만들 수 있는 ‘초저유전율 절연체’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에 24일(현지시간) 게재됐다.
현재 나노미터 단위의 반도체 공정에선 소자가 작을수록 내부 전기간섭 현상이 심해져 정보처리 속도가 느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이유로 전기간섭을 최소화한 낮은 유전율의 신소재 개발이 반도체 소형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꼽혀왔다.
유전율은 절연체가 외부 전기장에 반응하는 민감도를 의미한다. 즉, 유전율이 낮으면 전기간섭이 줄어들어 그만큼 반도체 소자 내 금속배선의 간격을 줄일 수 있고, 반도체를 더 작게 만들 수 있다.
공동연구팀이 이번에 개발한 절연체(비정질 질화붕소) 유전율은 1.78로, 현재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기존 절연체(다공성 유기규산염, 2.5)보다 약 30% 낮다. 그동안 기술적 난제로 여겨진 유전율 2.5 이하의 신소재를 발견하는 데 성공하면서 반도체 소형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학계와 산업계에선 이 소재를 이용하면 반도체 소자의 크기는 줄이면서 작동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신저자인 신현석 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초저유전율 절연체 개발을 위해 해외 학계와 산업계에서도 계속 노력해왔는데 국내 연구진이 최초 개발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학문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며 “산업계에서도 미래 반도체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게 돼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상용화를 위해선 스케일 업(대형화) 과정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신소재 자체에 대한 추가 연구도 요구돼 현재 계속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유전율을 낮추기 위해 소재 안에 미세한 공기 구멍을 넣어 강도가 약해지는 문제가 발생했지만 이번에 개발한 비정질 질화붕소는 물질 자체의 유전율이 낮아 공기 구멍을 넣는 작업 없이도 높은 기계적 강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제1저자인 홍성모 울산과학기술원 박사과정 연구원은 “낮은 온도에서 육방정계 질화붕소(화이트 그래핀)가 기판에 증착되는지 연구하던 중 우연히 ‘비정질 질화붕소’의 유전율 특성을 발견했고, 반도체 절연체로서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연구과정을 설명했다.
이번 성과는 지난해 일본의 수출 규제로 위기에 봉착됐던 국내 반도체 업계가 새로운 패권을 쥘 수 있는 동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일본의 소재 기술력이 한국보다 크게 앞선 만큼 당분간 격차를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신 교수는 “이 물질이 상용화된다면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일본의 수출 규제 등 반도체 산업에 닥친 위기를 이겨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도체 초격차 전략’을 이어갈 수 있는 핵심 소재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신현진 삼성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도 “이번 연구결과로 유전율 2.5 이하의 고강도 신소재를 발견해 차세대 반도체 소재 기술력을 한층 끌어올렸다”며 “반도체 산업계에서 기술적 난제로 여겨지던 부분에 대해 학계와 산업계가 상호 협력을 통해 해결방안을 찾아낸 모범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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