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으로 일을 하면서 갖게 되는 질문 중의 하나가 “시장(市長)은 시민의 삶 어디까지 개입하는 것이 적절한가?”인가이다. 市場과 市長(정부)의 경계가 불분명하거나 市場의 역할에 대한 의문의 여지가 있는 분야에 市長이 개입하는 것은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으나 명분은 어느 정도 있다 할 것이다. 그런데 시장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영역에도 행정이 개입하려고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각 지방정부는 국민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시장영역에 과감히(?) 뛰어들고 있다. 기존의 일 중에서도 시장에 맡겨도 되는 일들을 고용의 보장 등을 이유로 계속 행정이 담당하는 경우도 많다. 이때 市長이 市場에 개입하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일까 하는 의문이 들게 된다. 내가 경험한 두 사례를 들어 보겠다.
2004년 통합환승할인제를 주축으로 하는 대중교통체계개편은 새로운 버스카드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정산업무를 과연 시장에 맡기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논쟁이다. 객관성,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적인 개입, 즉 행정이 이를 담당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난 당시 이 업무를 담당하면서 불완전하기는 하나 기왕에 시장에 맡긴 정산업무를 굳이 행정이 담당할 만한 실익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후 정산기관과 카드사간의 수수료분쟁이 발생했다. 카드사는 대중교통이용객에 제공하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공공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市長이 적정 수수료를 책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수익을 추구하는 카드사는 市場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수수료를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을 했다.
이 과정에서 여론은 시민의 대중교통 이용을 볼모로 협상을 하고 있음에도 서울시는 수수방관하는 무책임한 입장을 보인다고 비판하는 기사를 쏟아 냈다. 결국 최종협상 과정에 일부 개입하기는 했으나 궁극적으로 시장 논리에 의해 수수료가 타결되기에 이르렀고 이후 더 이상의 논쟁 없이 지내고 있다. 만약 여론의 입장대로 이때 서울시가 개입했다면 이후의 수수료 논쟁 때마다 서울시가 개입해야 하는 악순환의 과정에 빠졌을 것이다.
이후 다시 교통업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승객을 골라 태우는 택시앱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런 권한의 이동은 택시 기사에게 상당한 이득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인기를 얻을 수밖에 없었고 내가 이 업무를 담당할 당시에는 이미 9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가지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었다. 난 당시 택시를 승차할 권리는 기사가 아닌 승객에게 있다는 택시 기본에 충실하고자 목적지를 표시하지 않고 빈차 정보만를 제공해 승객이 택시를 선택하도록 하는 공공앱을 개발, 보급했다. 그러나 택시기사와 시민 모두에게 외면을 받아 쓴맛을 봤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장이 시장에 개입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명분은 결국 市場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市長이 해결해 시민에게 이득을 돌려주겠다는 선의에서 출발하지만 경험에 의하면 그 결과는 시원찮다. 시장이 무리하게 시장에 개입해 생겨난 문제의 뒤처리는 해당 지방정부를 넘어 전체 국민이 책임을 지게 된다. 따라서 市長이 市場에 개입하려면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인식해야 한다.
고홍석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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