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수혜율·노조 가입률 등 현저히 낮아
정부 '비정규직 0' 목표로 잘못된 시그널 전달
프리랜서, 특고 등 비정규직 늘어날 전망…처우·안전망 개선해야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정규직만이 양질의 일자리라는 정치적 공식이 굳어지면서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게 불거지고 있다. 정부가 '비정규직 0'라는 비현실적이면서 이분법적인 목표를 내건 탓이다. 오히려 비정규직의 처우, 사회안전망 개선이 더 우선이고 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수준은 54.6%에 불과하다. 근속연수는 정규직 근로자가 평균 94개월인 반면 비정규직 근로자는 29개월에 불과하다. 국민연금 수혜율은 정규직이 90%대에 육박하고 있으나 비정규직은 38% 수준이다. 노조 가입률도 정규직은 17.6%인 반면 비정규직은 3.0%에 불과하다.
이처럼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임금 외 다른 근로조건에서도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규직은 교육과 복지 대상이 되지만 비정규직은 배제된다. 두 유형의 근로자 집단은 일종의 신분제와 같이 나눠졌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에게 고용 불안과 임금 감소 위협을 완충하는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비정규직 채용을 선호하고, 반대로 청년들은 정규직을 선호하는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다.
이번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화 논란의 핵심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극심한 격차'다. 두 근로자 집단 간 격차를 해결해야 하는 게 급선무지만 정부는 이를 외면한 채 정규직화만 강행했다. 정규직만 정답이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노동시장에 전달한 것이다.
앞으로 근로형태 변화를 고려하면 정규직을 늘리는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비정규직의 실질적인 처우개선과 사회안전망에 대한 대응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발달에 따라 특수고용노동자(특고), 프리랜서, 플랫폼노동자 등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단순히 비용절감에 유리한 고용형태가 아닌 셈이다. 게다가 과거보다 육아나 학업, 직업훈련 등을 이유로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획일적인 정통적 근로자상을 고집하고 있다. 노동법 체계나 사회안전망도 과거에 머물러 새로운 유형의 근로자를 보호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정규직-비정규직을 계급문제로 접근해 좋은, 나쁜 일자리로 나눠버렸다"며 "협력업체의 직원도 정규직인데 원청의 직원이 아니면 비정규직으로 산정해버리는 문제까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정규직은 노동시장에 존재하는 여러 선택지 중 하나로 만들어야 하는데, 정부는 비정규직 제로라는 매우 경직적인 목표를 세워 갈등을 촉발시켰다"며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해소, 사회안전망 사각지대 해소, 불공정 하도급 거래 제재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정규직을 포함해 전반적인 일자리 질 수준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저숙련 근로자에 초점 맞춰진 비정규직 일자리의 전문성을 높이고, 고용안전망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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