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한 이사의 ‘좋은 술’ 철학
갓 수확한 홉으로 만든 맥주 나누고 싶어
김치유산균·전통 엿 등 토종재료도 접목
홈술 트렌드 속 ‘맛있는 맥주’ 고민 지속
“맥주를 만들 때 제 철학은 원료에 있어선 타협이 없다는 거예요. 맛은 절대 속일 수 없거든요.”
도정한 핸드앤몰트 설립자 겸 이사의 맥주 원료에 대한 소신은 이처럼 확고했다. 원료에 있어서는 지나칠 만큼 깐깐한 태도에, 사업 초기엔 직원들이 꽤나 힘들었을 거라고 그 스스로 인정했다.
핸드앤몰트는 경기도 청평에 홉 농장을 보유하고 있다. 직접 홉을 재배해 맥주를 만드는 회사는 국내에서 핸드앤몰트가 유일하다. 그렇다보니 홉 재배와 수확 등도 중요 업무의 하나다. 뙤약볕에 홉을 수확하는 일은 상상 이상으로 고되다. 도 이사 역시 틈 날때마다 농장을 오가다보니, 사시사철 그을린 피부를 갖게 됐다.
“귤과 같은 과일 향 맥주의 경우 향료를 집어넣는 경우가 많아요. 맛은 비슷한 것 같지만 그 향은 그냥 사라져버리죠. 저희는 진짜 오렌지 껍질을 쓰고 고수씨를 빻아서 넣고 하는데… 그 깊은 맛은 차원이 달라요.”
그가 직접 홉 농사에 나선 건, 갓 수확한 홉으로 만든 맥주의 신선한 맛을 나누고 싶어서다. 도 이사는 과거 미국에서 맥주투어에 참여했다가 막 수확한 홉으로 만든 ‘하비스트 에일’을 맛본 뒤 그 맛에 빠졌다. 그에 따르면 이 하비스트 에일은 ‘마치 샐러드를 먹는 듯한 신선함’이 살아있었다.
그 맛을 구현하고 싶어 도 이사는 2015년부터 홉을 기르기 시작했다. 가평 홉 농장에서 수확된 홉은 가공하지 않은 상태 그대로 맥아즙(맥아를 분쇄해 물에 끓여 당화한 액체)에 넣어 만드는 웻홉(Wet hop) 맥주인 ‘하베스트 IPA’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이 맥주는 아시아 최대 맥주대회인 인터내셔널 비어 컵(International Beer Cup)에서 2017년 동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다.
“(홉 농장 운영이) 너무 힘드니까 ‘올해만 하고 안해야지’ 매년 그래요. 솔직히 돈이 안되다 보니 세계적으로도 직접 농장을 운영하는 데가 많지 않아요. 홉을 수확해 싱싱한 상태로 맥주를 만들려면 양조장이 두시간 내 거리에 있어야 하는데, 이런 여건을 갖추는 것도 쉽지 않죠. 그런데도 웻홉 맥주 만의 맛과 싱싱한 느낌을 아니까, 고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어서 매년 이러고 있어요.(웃음)”
그는 또 깻잎, 김치 유산균, 전통 엿 등 맥주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국산 토종 재료를 활용한 이색 맥주도 선보여 왔다. 최근엔 국내산 배를 원료로 사용한 수제맥주(‘배 한 모금 쾰쉬’)를 내놨다. 이는 맛과 품질이 우수함에도 상품화되지 못한 과실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농가와 상생의 의미도 크다.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주류 시장에선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 소비자가 주 공략 대상이 됐다. 이같은 트렌드 변화에 따라 도 이사는 최근 캔맥주 품질에 더욱 신경쓰고 있다. 매장이 아닌 집에서도 풍부한 수제맥주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공유주방을 활용해 수제맥주 배달 및 테이크아웃 전문 매장(논현점)을 새롭게 오픈했다. 기존 매장인 브루 랩 용산점과 송파점에서도 배달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캔맥주) 맛을 타협할 순 없고, 회사가 돈을 안벌 수도 없다보니 가격을 어떻게 맞출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배달의 경우 페트병 대신 캔에 맥주를 밀봉해 보내는 방식으로, 시각적으로도 낫고 보존도 더 잘 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시대나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라 그에 맞게 더 신선하고 맛있는 맥주를 제공하려면 끊임 없이 고민해야죠.”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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