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공급확대 주문에 국토부·서울시 고민

정치적 부담 큰 ‘그린벨트 해제’ 논의 커지자

“군시설·골프장 등 유휴지 활용” 대안도 제기

서울시 재건축 완화 제안…국토부 ‘멸실 고민’

서울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위한 정부와 여당이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한 가운데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 일부 핵심 사안에 대해 ‘백가쟁명’식 의견 논의 단계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발굴을 해서라도 공급물량을 추가로 늘리라”는 지시에 이어 16일 국회연설에서도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야당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면서 필요한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공급대책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잇단 규제에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집값을 잡기 위해, 적절한 타이밍에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정치적·경제적 부담까지 줄이는 ‘묘수’가 나올지 주목된다.

▶정치적 부담 큰 ‘그린벨트 해제’…=정부와 여당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 청와대까지 논의에 가세하며 최종 결정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17일 오전 KBS 라디오 방송에서 그린벨트 해제 논의와 관련 “당정이 이미 의견을 정리했다”며 모든 주택공급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도 국회 연설에서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해당 지자체인 서울시는 “미래세대를 위한 그린벨트를 흔들림 없이 지키겠다”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가 그린벨트 해제 방안에 좀 더 무게를 준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그린벨트가 해제될 경우 서초구 세곡동과 강남구 내곡동, 수서역 일대가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된다.

반면 여당 내부에서도 “일단 신중하게 그린벨트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변수로 꼽힌다. 섣불리 해제를 결정할 경우 직접적인 효과 대신 정치적 부담만 배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통’으로 꼽히는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택공급을 위한 토지 최적지가 그린벨트뿐인가”라고 비판하면서 “그린벨트를 풀지 않고도 공급할 수 있는 토지가 서울시에 아주 많다”고 꼬집었다. 오히려 과거 이명박 정부가 그린벨트를 해제해 조성한 ‘보금자리주택’이 당시 분양가 대비 현재 시세가 2배에서 3배가량 올라 있어, 집값 안정에 실제 효과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라는 반론도 꾸준히 제기된다.

▶재건축 완화 카드 제안한 서울시, 국토부는 ‘멸실 고민’↑=서울시는 지난 15일 개최된 ‘주택공급확대 실무기획단 TF회의’에서 그린벨트 해제 대신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카드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사업 추진이 계속 지연돼 왔던 대치동 은마아파트,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여의도동 시범아파트 등 주요 정비사업에 용적률 상향을 비롯해 각종 인허가 작업에 속도를 내서 서울 요지에 ‘주택 공급 시그널’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세 단지의 규모만 현재 1만 가구에 달한다.

그 밖에 목동 신시가지아파트(2만6629가구)나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5540가구) 등 초기 재건축 단지들까지 정비사업 본궤도에 진입할 경우 웬만한 미니신도시급 이상의 공급 효과가 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기 신도시 중 한 곳인 경기 고양시 창릉신도시의 경우 813만㎡ 면적에 약 3만8000가구 규모로 예정돼 있다.

반면 국토교통부 측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에 여전히 난색을 표하는 모습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7·10 부동산 보완 대책 발표와 잇따른 언론인터뷰에서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특히 고민이 깊은 지점은 대규모 멸실로 인한 부작용 가능성이다. 재건축은 공사 기간을 감안하면 필연적으로 3년에서 5년 가량 해당 지역의 멸실을 동반한다. 가뜩이나 현재 서울과 수도권의 전세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대규모 멸실까지 동시에 일어날 경우 ‘전세 대란’으로 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등 2중·3중의 규제가 겹겹이 걸려 있어 단숨에 실타래를 풀기도 쉽지 않다. 섣불리 규제를 풀었다가 인근 지역의 집값만 자극하는 부작용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장 대부분은 각 이해당사자들이 워낙 복잡한 사연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일부 규제 완화가 있더라도 사업 추진에 여전히 변수가 많은 점도 정부 입장에서 적지 않은 부담이다.

▶“정부 골프장 등 유휴지 활용”·용산정비창 등 고밀도 개발 가능성도=수도권 공급 확대를 위해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최근 의원총회에서 성남 골프장 등 서울 근교에 있는 정부 보유 골프장에 공공아파트를 공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토지보상 등 비용 문제에서 자유롭고 주변 인프라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는 만큼 개발 비용도 크지 않다는 주장이다.

도심 고밀도 개발도 주요 공급 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이달 말 정부 대책 발표에서 여의도와 용산 등 주요 도심 역세권을 ‘고밀도 주거지역’으로 지정해 용적률을 대폭 높이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역 정비창 부지(약 51만㎡)를 중심상업지역으로 지정해 용적률을 최대 1500%로 높이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와 관련, 국토부와 서울시 측은 “서울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모든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용산정비창 관련 내용은) 현재까지 검토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양대근·민상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