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번이 넘는 부동산대책에도 집값이 치솟고 풍선효과가 계속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청와대로 급히 불러 공급 확대는 물론 세제 정책까지 지시했다. 하지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아니라 김 장관을 부르면서 홍 부총리 패싱(건너뛰기) 논란이 일었다.
국토부는 주택정책 등을 다루긴 하지만 부동산을 포함한 경제정책 컨트롤타워는 기획재정부다. 특히 대통령이 핵심 사안으로 지시한 부동산 세금 강화 등 세제정책은 기재부 소관이다. 하지만 2일 대통령 지시 이후 부동산 추가 대책 논의가 거대여당, 국토부 주도로 추진되면서 기재부 패싱 논란이 본격화했다. 이 같은 혼선으로 우왕좌왕하는 정부 모습에 비판이 커지자 홍 부총리가 주도적으로 나서 7·10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패싱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여기에다 표심을 의식한 여당이 부동산 정책을 주도한다며 경쟁하듯 강력한 입법을 발의하면서 시장은 더욱 혼란스럽다. 이런 가운데 균형을 잡아줘야 할 경제부처 간에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발표되는 정책마다 시장의 반발을 산다.
논의 과정에서 세제 축소 소급 적용 등으로 논란을 벌였던 임대등록사업자제도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작 정부는 아파트 등록임대사업제를 폐지했고 그 과정에 세법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의무임대 기간(4년)과 세법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간(5년)이 맞지 않아 시장이 큰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아직까지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
향후 나올 공급대책 중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를 놓고서도 부처 간 불협화음이 명백히 드러났다. 홍 부총리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지 12시간 만에 국토부 차관이 이를 반박했다. 그러나 같은 날 당정 협의를 거치면서 국토부는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하는 방침으로 선회했다. 이 같은 혼선으로 부동산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정책의 신뢰도가 추락했다. 정부 안팎에선 기재부와 국토부가 부동산정책 방향을 놓고 또다시 힘겨루기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두 부처는 지난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여부를 두고서도 엇박자 행보를 보였다. 국토부는 부동산시장이 과열되자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기재부는 건설투자 위축 등 부작용을 우려하며 반대했다.
이달 말 주택 공급 확대 방안 발표 직전까지 두 부처가 정책 방향성을 두고 엇박자를 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부동산전문가는 “여당이 과잉입법을 주도하고, 기재부와 국토부가 기싸움을 벌이며 조율되지 않은 정책이 나오면서 부동산정책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집값 안정화를 위한 주택 정책의 큰 틀을 제시하고 정책 실패를 책임지는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점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대통령이 직접 컨트롤타워로서 중심을 잡고 제대로 된 인사와 일관된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집값 안정과 국민 신뢰 회복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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