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종업원 내보내고 폐업

임대료 인상 특색마저 없어져

외국인 안오고 내국인도 외면

“매달 수천만원 적자, 더 못버텨”…유령도시 된 이태원·명동
17일 서울 시내 한 건물에 폐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영업자가 14만명 가까이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와 최저임금, 임대료 인상 등이 원인으로 보인다. [연합]

“지금은 많아야 20팀? 잘됐을 때는 주말에 300명 넘게 왔는데…” 지난 19일 오후 6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주말 저녁인데도 거리에 사람들이 드물 정도로 거리가 한산했다.

모 종편 드라마로 유명세를 얻은 ‘꿀밤 포차’ 운영자 전범석(28)씨는 “드라마 종영할 때인 3~4월에는 가게 밖에 줄을 길게 섰는데 지난 5월 이태원 클럽 확진자 나오면서 확 줄었다”며 “그나마 우리 가게는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 때는 어떤 상권보다 ‘힙’했던 이태원과 명동이 코로나19가 강타한지 6개월이 지난 지금, ‘유령도시’로 전락했다. 거리가 고요할 정도로 인적이 드물다보니 이 곳에서 영업을 하는 가게들도 종업원들을 다 내보내거나, 휴·폐업을 하고 있었다. 어떤 곳은 빌딩 하나가 통째로 비어있기도 했다.

▶외국인 떠난 명동, 폐업 속출=코로나19로 하늘길과 바닷길이 모두 막히자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던 명동은 어느 상권보다 큰 타격을 받았다. 명동의 메인거리(명동역~명동예술극장) 골목마다 1층이 텅 빈 건물이 있었고, 메인거리를 벗어나면 빌딩 하나가 통째로 비어있는 경우도 있었다.

남아 있는 가게들도 폐업을 결정하거나 고려 중이었다. 중국 유명 사이트에 등재될 정도로 외국인에게 인기 있던 닭갈비집을 운영하는 남희순(47)씨는 고민 끝에 폐업을 결정했다. 남씨 가게가 위치한 빌딩 내 다른 음식점도 9월까지 영업한다. 남씨는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9월 초 명동을 떠나기로 했다”며 “주말에 100팀은 와야 유지 가능한데 지금은 5팀 이하니 버틸 수 없다”고 말했다.

명동 자영업자들은 해를 넘어도 상권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갈비집을 운영하는 허남원(가명, 52)씨는 “올해 말 코로나19가 종식된다해도 사람들이 당장 여행을 떠나지 못한다”며 “완전 종식 후 3~4개월은 있어야 회복될텐데 그때까지 못 버틴다”고 했다.

▶코로나19가 상권 몰락 앞당겨=코로나19는 그간 하락세를 보였던 이태원과 명동 상권 붕괴를 촉진시킨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두 상권 모두 높은 임대료·콘텐츠 부족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던 상황이었는데, 코로나19를 계기로 그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

이태원에서 만두 가게를 운영하는 이혜원(가명, 56)씨는 “임대료가 1500만~2000만원으로 이미 오를대로 올라 나가는 가게들이 서서히 있던 차에 이태원 클럽 확진자로 상권이 죽어버렸다”고 토로했다. 명동 음식점 주인 남씨도 “1000만원 넘는 임대료에 인건비, 식자재비까지 합쳐 지금 매달 적자가 2000만원 이상이다”며 “정부 지원 대출로는 부족해 금융권 대출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유입될만한 요인이 부족한 점도 명동과 이태원 상권의 몰락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주 고객인 명동은 내국인이 유입될만한 상권 문화를 조성하지 못했다. 외국인들이 운영하던 음식점이 많던 이태원도 프랜차이즈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특유의 색채를 잃은지 오래다.

이태원 음식점 종업원 백씨도 “솔직히 이태원 주점 외에 볼거리가 없지 않냐”며 “옛날에는 여기가 개성도 있고 정말 사람 많았는데…”하고 말끝을 흐렸다. 김빛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