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극의 흐름을 완전히 전환시키는 것은 갑작스레 내린 ‘큰비’다. 갑작스러운 집중호우로 인해 캠핑 갔던 주인집 가족이 다시 돌아오게 되고, 가정부였던 문광도 뜬금없이 주인집을 방문하게 된다.
이런 스토리에서도 중요한 기상현상이지만, 기상청에 몸담고 있어서일까. 주인공인 기택의 가족과 그 이웃들은 갑작스레 내린 큰비로 집이 물에 잠기고 세간살이가 떠내려가는 등 큰 수해를 입게 되는 장면이 더욱 마음이 쓰였다. 영화적 해석의 궁금증보다 국민의 삶의 터전을 할퀴는 위험기상에 대한 정보가 더욱 중요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최근 집중호우는 무서울 정도로 우리 삶에 영향을 크게 미치고 있다. 집중호우의 무서움을 일깨운 사고는 2011년 우면산 산사태였다. 당시 큰비 탓에 휩쓸려 내려온 토사는 우면산 인근 아파트 단지를 덮쳐 16명의 목숨을 앗아 갔다. 통계를 보면 수도권 지역에서 하루 강수량이 100㎜ 이상이었던 날은 1970년대 15일, 1990년대 56일, 2000년대 106일로 증가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은 집중호우 등으로 인한 기상재해 발생 가능성이 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기상청은 집중호우 등과 같은 위험기상으로부터 국민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정확한 기상정보 생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중 하나로 인천 앞바다에 ‘제2 해양기상기지(이하 제2 기지)’를 건설, 서해상에서 발생하는 위험기상을 조기에 탐지할 수 있는 관측망을 구성하려 한다.
우리나라 날씨는 북반구 중위도 편서풍대의 영향을 주로 받기 때문에 한반도 서쪽의 기상관측 자료를 빠르게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풍의 영향으로 서쪽의 위험기상이 서해상을 거쳐 육지로 유입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예보 생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서해상의 상세한 기상관측 자료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 정확한 예보를 위해서는 지상에서부터 고층까지의 관측 자료가 필요하나, 기존 관측 장비로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서해상에서 급격히 발달한 구름대가 육지로 유입돼 위험기상을 사전에 탐지하기 어려운 점도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3년간(2019~2021년) 수도권 서쪽 덕적도(인천 옹진군)에 총사업비 51억9400만원의 예산을 투입, 제2 기지를 건설하고 해양, 고층, 지상, 환경 등의 기상관측 장비 도입을 준비 중이다. 제2 기지는 2022년부터 정식 운영할 예정이다. 특히 제2 기지에서는 수치예보모델의 예측력 향상에 매우 중요한 대기 상층의 기상자료가 생산돼 앞으로 서해상을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강설, 강수, 황사 등 위험기상의 예보 정확도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미 기상청은 2005년부터 북격렬비도(충남 태안군)에 서해종합기상관측기지(제1 해양기상기지)를 운영, 충청 지역의 집중호우, 강설, 황사 등 위험기상 예측 선행 시간을 단축한 경험이 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2 기지를 통해 높은 품질의 관측 자료를 생산,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위험기상 예측 선행 시간을 2~3시간 단축할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이 신뢰하는 기상정보를 생산하는 것은 물론 갑작스러운 위험기상으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킬 것이다. 제2 기지 건설은 바로 큰비를 대처하는 방법인 셈이다.
김종석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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