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청와대가 수사당국에 전화

수사당국 사실관계 여부 구두로 전달

靑, ‘고소사실 유출 의혹’ 시민단체에 고발되기도

[단독] 靑, ‘박원순 고소 문건 유출 사실관계’ 파악차 수사당국에 전화
22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고소장 문건’이라며 인터넷에 떠돈 ‘지라시’의 유출자가 피해자의 어머니와 친분이 있는 목사라는 보도가 나오자, 청와대가 수사 당국에 직접 전화를 걸어 기사의 사실관계를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된 청와대가 수사 상황에 극도의 관심이 있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3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수사 당국은 ‘고소장 문건’ 유출자를 특정한 언론 보도가 나오자 이날 오전 청와대의 연락을 받았다. 수사 당국은 전화로 해당 기사의 사실관계 여부를 청와대에 알려줬다.

수사 당국 관계자는 “주요한 이슈에 청와대가 관심을 가지고, 이에 따라 대응하는 통상적인 일”이라고 했다. 수사 당국의 또 다른 관계자도 “사건 이후에 언론 보도 상황 등 상황 추이에 대해 의견교환을 한 것”이라며 “아직 정식 보고는 없었다. 어느 정도, 어느 범위로 청와대에 보고해야 할지는 현재 고민 중”이라고 했다.

피해자 측은 “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한 8일 당일, 박 전 시장이 고소 사실을 인지했다”고 주장하며 고소 사실 유출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경찰청으로, 경찰청은 청와대 국정상황실에 박 전 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사실을 보고했다. 모두 지난 8일 하루 동안 이뤄졌다.

김창룡 차기 경찰청장 후보자(부산지방경찰청장)는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와 관련해 ‘후보자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 피소 사실이 청와대에 보고된 것이 적절하다고 보냐’는 질의에 “정부조직법상 경찰이 청와대에 보고하는 것이 맞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시민단체는 최근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을 유출한 의혹이 있다’며 청와대·경찰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지난 22일 피해자 측이 2차 기자회견을 통해 경찰에 고소장을 내기 전, 검찰에도 관련 내용에 대해 면담을 한 사실을 밝히면서 성추행 피소 사실 유출 의혹은 검찰로까지 번졌다.

김재련 변호사는 당시 회견에서 “‘피해자가 검찰에 먼저 접촉한 것이 맞냐’는 기자의 질문에 “피해자와 상의한 다음에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조사부장과 연락하고 면담을 요청했다”고 했다. 그는 “(검찰은) 고소장 접수 전에 면담을 하는 것은 어렵다는 원론적인 입장이었다”며 “다음날인 8일 오후 3시 해당 부장검사를 면담하기로 약속했는데 7일 저녁 그 부장(검사)이 연락을 줬다. 본인의 일정 때문에 8일 면담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은 회견 직후 “절차상 고소장 접수 전 사전 면담은 불가하다는 사실을 전달했을 뿐”이라며 “해당 사실을 상급기관에 보고하거나 유출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한 매체는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 측이 경찰에 낸 고소장이라며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확산된, 이른바 ‘고소장 문건이 A씨 어머니와 친분이 있는 교회 관계자에 의해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피해자 A씨가 지난 5월 중순 김 변호사를 만나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털어놨고, 이후 고소를 결심하고 소장에 적시할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 ‘1차 진술서’를 작성했는데 이 진술서가 유출됐다는 것이 해당 보도의 내용이다. 보도 내용에 따르면 A씨의 어머니가 이 진술서를 평소 친분이 있던 목사에게 건넸고 이후 해당 진술서가 유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