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온상 된 사모펀드, 원인과 대책' 국회 세미나
“펀드 쪼개기 등 편법, 현행법으론 규제 못해”
“민생 직결 금융경제범죄 수사, 검찰 독립성 중요”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라임사태' 이후 금융감독원이 나서서 사모펀드들을 조사했지만, 대형 금융사기를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자인한 셈이다."
김봉수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23일 윤창현 의원실이 바른사회운동연합, 미래대안행동과 공동으로 개최한 '범죄의 온상이 된 사모펀드, 원인과 대책은' 세미나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환매 중단된 펀드 규모가 수조원에 달하는 최근의 사태는 대책 없이 규제만 완화해 전문 사모운용사들이 난립하도록 만든 금융당국의 책임이 크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우선 현행법이 '펀드 쪼개기'를 제대로 규제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공모펀드에 적용되는 다양한 규제를 사모펀드에 적용하지 않는 이유는 '리스크를 부담할 능력이 있는 소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기본 전제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사모펀드들이 펀드 쪼개기, 복층투자, 순환투자 등으로 사실상 공모펀드처럼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음에도 현행법은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현재 자(子)펀드가 모(母)펀드에 10% 이상 투자할 경우 자펀드 투자자를 모펀드 투자자 수에 합산하고 있는데, 10% 미만을 투자할 경우 그러한 제한이 없어 실질적으로 49인의 제한은 무의미해진다.
예컨대, 어떤 투자를 11개의 모펀드로 쪼갠 뒤 그 모펀드에 각 9%씩 투자하는 자펀드를 다수 만들거나 자펀드에 투자하는 손자 펀드를 만들 수도 있다. 김 교수는 "라임자산운용의 경우 4개의 모펀드와 173개의 자펀드가 환매중단됐고, 피해자가 4000여 명에 이르고 있다"며 "결국 4개의 펀드를 공모 형식으로 모집했어야 할 것을 사모펀드의 형식을 빌려 투자자를 모집한 것인데,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탈법행위임에도 제대로 규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피투자 기업을 통해 투자금을 빼돌리려는 사기 행각을 처음부터 계획했을 경우, 규제 장치가 무력화 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이 모집한 투자금 중 4700억원이 폭력조직원 출신인 운용사 2대주주 이 모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회사들로 흘러간 점이 대표적이다. 이같은 경우 환매중단 사태가 발생할 때까지 판매사와 금융 당국은 사기 행각을 알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김 교수는 "결국 사모펀드 운용사의 진입 장벽을 높여야 한다"며 "다시 인가제로 환원하거나 허가제로 바꾸고, 설립 요건도 현행 등록 요건보다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검찰의 금융경제범죄 수사와 관련, 독립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세미나의 발제자로 참여한 바른사회운동연합의 공동대표 김종민 변호사는 "금융경제범죄는 권력형 비리나 정치권과 연결돼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검찰의 독립성 확보는 효과적인 금융경제범죄 수사를 위해 필수적"이라며 "정치권력의 영향력이 곧바로 검사 인사를 통해 검찰 수사에 미칠 수 있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폐지된 것도 부적절했다고 꼬집었다. 증권금융범죄의 특성상 다수의 피해자를 동반하기 때문에 민생과 직결되는데,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검찰의 직접수사를 폐지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에 대하 지적도 많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라임이나 옵티머스 사태에 정관계 인사들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도 적지 않은 상황인데, 합수단 폐지를 놓고 검찰 수사를 무력화 시키려는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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