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단체가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대한전공의협의회는 7일,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14일 파업에 각각 돌입한다. 사진은 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연합뉴스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단체가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대한전공의협의회는 7일,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14일 파업에 각각 돌입한다. 사진은 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에 강력히 반발하는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예정대로 7일 오전 7시부터 24시간 집단 휴진에 들어갔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7일 오전 7시부터 24시간 동안 응급실과 분만실, 투석실 등 필수유지업무를 포함한 모든 전공의들의 업무를 중단하는 파업에 들어갔다. 전공의들은 오후에는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집회도 연다는 계획이다. 서울대병원은 분당 서울대병원을 합쳐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가 약 900명이며 세브란스 병원은 800여명으로 전국적으로는 1만 6000여 명이 전공의로 등록돼 있다. 이날 파업에는 전국 전공의 1만6000명 중 70∼80%가 참여할 것으로 추산됐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단체가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대한전공의협의회는 7일,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14일 파업에 각각 돌입한다. 사진은 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연합뉴스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단체가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대한전공의협의회는 7일,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14일 파업에 각각 돌입한다. 사진은 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연합뉴스

전공의들의 파업에 대학병원들은 비상이 걸렸다. 서울대병원과 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들은 임상강사와 교수 등 대체 인력을 투입했고 예정됐던 수술을 일부 연기했으며 삼성서울병원은 이날 파업으로 인해 약 18건의 수술 일정이 변경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입원환자 관리를 위해 병동별로 교수를 지정하고, 각 진료과에서 대체 근무 계획을 만들어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병원들은 전공의 파업에 따라 환자불편과 진료차질이 불가피하지만 병원 외래 진료는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고 일반 수술의 경우도 응급 상황이 아닌 경우 하루 이틀 정도 일정 조정을 한 상태라 큰 문제는 없을 거로 보고 있다. 또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선별진료소 운영이 우려됐지만 선별진료소 업무도 기본 문진부터 진료와 검체 채취까지 단계에 따라 간호사부터 강사급 이상 의료진이 담당하게 돼 있어 차질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날 오전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데 이어 오후에는 김강립 차관이 직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임원진을 따로 만나 집단휴진 계획 재고를 요청했지만, 양측 간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정부는 전공의를 포함해 의료계와 계속 대화하며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현재로서는 입장차가 워낙 커 접점 모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개원의 위주의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오는 14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여서 자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진료 차질과 의료 공백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의료공백으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는 일이 없도록 대비를 철저히 하는 한편 국민에게 피해가 발생할 경우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의사 수 절대 부족…국민·국가 위한 불가피한 결정”

정부는 앞서 지난달 23일 2022학년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늘려 매년 400명씩 총 10년간 4000명의 의사를 추가로 양성하고, 이 가운데 3000명은 ‘지역의사 특별전형’을 통해 선발해 10년간 특정 지역에서 의무복무하는 지역의사로 육성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나머지 1000명 중 500명은 역학조사관·중증외상·소아외과 등 특수 분야 인력으로, 다른 500명은 기초과학 및 제약·바이오 분야 연구인력으로 충원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의사 부족 문제는 점점 심화하고 있으며, 미래를 위해 이제 문제를 더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며 연일 의대정원 확충의 불가피성을 역설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사 수는 13만명 수준이지만 현재 활동하는 의사 수는 10만명 정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6만명과 단순비교해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또 지역별로 서울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3.1명인데 비해 경북은 1.4명, 충남은 1.5명 등에 불과해 지역 편차가 매우 클 뿐만 아니라 전문의 10만명 가운데 감염내과 전문의는 277명, 소아외과 전문의는 50명도 되지 않을 정도로 필수 진료과목의 인력 부족 현상도 심각하다고 복지부는 지적한다. 박 장관은 전날 발표한 담화문에서 “의대 정원 확충은 국민과 국가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면서 “의대 정원 확충의 핵심은 지역의료 격차를 해소하고 자생적으로 늘기 어려운 감염병 등 특수분야 의사와 의과학자를 확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계 “의사 수 충분…포퓰리즘 정책”

의료계는 정부의 이같은 상황인식에 강력반발하고 있다. 의료계는 현재 인구 감소율과 의사 증가율을 고려하면 의사 수는 충분하다는 잊장이다. 의료계에선 특히 10년간 의무복무를 해야 하는 ‘지역의사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의협은 지난 4일 보도자료를 통해 “근무 지역과 전공과목을 제한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면허를 박탈·취소하겠다는 것은 개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평등의 원칙을 어기는 것”이라며 “근본적인 해답이 빠져있는 정부의 결정으로 10∼20년 뒤 이 실패한 정책의 영향을 고스란히 몸으로 감당하게 되는 것은 오직 당사자인 의사와 환자들”이라고 주장했다.

7일 파업에 나선 대한전공의협의회 역시 전날 페이스북 입장문을 통해 “정부 정책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한 명의 의사를 키우는데 약 2∼3억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의사 증원을 위해서는 1조원 이상의 세금을 들여야 한다”면서 “이는 의료(구조)를 더 왜곡시키고 건강보험 재정을 고갈시키는 자승자박의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환자단체연합회 “국민 생명권 볼모로한 진료거부 즉각 철회해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4일 성명서를 내고 “의료계가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또다시 국민의 건강과 생명권을 볼모로 진료거부라는 극단의 이기주의적 행동도 불사하려는 모습에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진료 파업 결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경실련은 그러면서 “지역 보건의료에 헌신하는 책임 있는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독립된 교육과정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대안으로 권역별 공공의대 설치를 제안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도 6일 발표한 성명에서 “환자를 불모로 하는 집단행동은 오히려 의사 정원을 확대해 필수의료·공공의료 공백을 매워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