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한국의 고흐’라면 과찬일까.

대자연과 인간군상을 극사실주의 화법으로 그려온 이상원(79) 화백의 이야기다.

강원도 춘천 평범한 시골 농촌 출신으로 정식 미술 교육도 받지 않은 채 극장 간판그림과 초상화를 그려오다 40대에 들어서던 1970년대 중반 돌연 상업 그림과의 단절을 선언하고 순수미술로 전향한 작가다. 고 박정희 대통령 내외와 맥아더 장군의 초상화를 그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부와 명성을 뒤로 한 채 팔순이 다 된 나이까지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며 화업에만 몰두하고 있는 노장의 ‘꿈’이 비로소 현실로 이루어졌다. 그가 나고 자란 고향 춘천에 그의 이름을 딴 미술관이 들어선 것이다.

오는 18일 개관을 앞둔 이상원미술관은 이 화백의 아들 이승형(48) 대표(전 갤러리상 대표)가 10년여에 걸쳐 이룬 아버지의 꿈이다.

서울에서 가평군청을 지나 북면 방향으로 391번 지방도로를 타고 오다 보면 단풍 짙게 물든 가을산이 품고 있는 원형 건물이 보인다.

이 대표는 강원도 춘천 사북면 지암리 부지를 차곡차곡 매입해 1500㎡ 부지에 5층짜리 전시장 건물을 세우고, 10,000㎡에 이르는 야외 공간에 공방과 레지던스, 게스트하우스, 레스토랑과 같은 부대시설을 꾸몄다. 특히 게스트하우스는 내년 4월쯤부터 미술관을 찾는 일반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문을 열 예정이다.

개관전에서는 이상원 화백의 40년 예술혼을 담은 시리즈 전작들이 층별로 펼쳐진다. 2008년 서울 팔판동 갤러리상 전시를 마지막으로 볼 수 없었던 화백의 그림들을 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풀어진 마대자락의 실오라기가 마치 바람에 나부낄 듯 세밀한 묘사가 특징인 ‘마대의 얼굴’ 시리즈 등 작가의 대표적인 연작들 중 선별된 50여점은 모두 100호(약 160×130㎝) 사이즈가 넘는 대작들이다. 특히 이름없는 촌부의 닳은 구두를 통해 삶의 애환을 담아 낸 작품 ‘고(苦ㆍ2010년)’는 고흐의 구두를 연상시키는 인상적인 작품이다. 한지 위에 수묵과 유화물감으로 그린 그림들이 잔잔한 번짐과 함께 중후한 멋을 품고 있다.

이 대표는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해 내년 봄부터 춘천역(ITX)에서부터 미술관까지 하루 6~8회 정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 강원도 산자락 고즈넉한 미술관에서 ‘아트 힐링’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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