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예기치 않은 결과의 가설(the hypothesis of unintended consequencies)’이 일어났다. 명분에 포획된 정책, 통신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이 소비자 후생을 손실시켰다. 부정적 여론으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은 ‘전국민 호갱(어리석은 고객)법’으로 불리고 있다.
16일 단말기유통법 해법 모색 토론회에서 나온 단통법 시행 이후 시장 모습이다. 소비자들은 “비싸도 너무 비싸졌다”고 아우성이고, 판매상들은 “매출이 뚝 떨어져 월세도 못낼 판”이라며 연일 시위중이다. 제조사 역시 창고에 쌓이는 스마트폰 재고에 한숨 뿐이다. 그렇다고 이통사의 표정이 밝은 것도 아니다. 당장 ‘영업이익 큰 폭 증가’라는 장미빛 전망이 쏟아져 나오지만, ‘요금인하 압박’이라는 더 무서운 복병이 숨어있다. 오로지 웃을 수 있는 건 ‘관치’의 맛을 보여준 관료, 그리고 재벌 때리기로 대중 인기영합 제스처의 명분을 얻은 정치인들 뿐이다.
▶경쟁 수단 보조금 가로막은 단통법= 단통법의 당초 취지는 이용자 차별을 없애자는 것이다. 같은 스마트폰을 누구는 싸게 사고, 누구는 덤태기 요금까지 더해 바가지로 사는 이통시장의 고질적인 ‘고객차별’을 없애겠다며 미래부와 방통위가 야심차게 준비, 국회의 힘을 빌어 만들었다. 하지만 보조금 상한선이 결정되면서 소비자 피해를 막겠다는 법은 오히려 유례없는 ‘소비자 피해법’으로 둔갑했다.
당초 방통위는 보조금 상한선을 최고 40만2500원(판매점 15% 추가분 포함)으로 정했다. 지금까지 이통 3사가 고객에게 지급한 ‘평균’ 보조금을 기준으로 정한 것이다. 당시 보조금 상한을 50만원 이상으로 크게 올리거나, 또는 상한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이를 무시됐다. 여기에 미래부가 나서 최고 보조금 지급 기준선을 ‘실 사용 요금 7만원’으로 정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방통위가 ‘평균치’를 근거로 산정한 최고 보조금을, 미래부가 ‘최고치’로 단어를 왜곡해 적용한 것이다. 월 실사용 요금 7만원은 국내 소비자들의 실제 월 평균 사용 요금(3만5000원 선, 이통사들 평균 ARPU)의 2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심지어 최근 이통사들이 공격적으로 판촉하고 있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즉 ‘80요금제’ 사용자의 실 사용요금보다도 1만원 이상 높다.
전체 소비자들이 평균으로 받아왔던 보조금을, 앞으로는 상위 1% 사용자에게만 지급하도록 하니, 당연히 소비자들의 체감 보조금은 뚝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구매를 3분의 1로 줄이고, 30만 통신유통 시장 종사자들을 거리 시위에 나서는 것에서 답을 찾았다.
▶단통법 논란 해법 시장에서 찾아야= 잇딴 비판에 정부는 ‘분리 공시’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스마트폰 제조사에 화살을 돌렸다.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최근 사석에서 “해외와 비교해 스마트폰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항변했다. 우리의 용산같은 아마존의 최저가와, 보조금 ‘0’원인 통신사의 ‘출고가’를 비교한 것이다.
하지만 통신요금에 대해서는 예상 외의 반응을 보였다. “LTE 등이 보급되면서, 그 만큼 소비자의 복리후생, 또 타 산업의 생산성 향상이 이뤄진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훈계했다. 명목요금 최고 89만9000원, 실질 요금 7만원의 월 통신비가 결코 비싸지 않다는 논리다. 같은 시간 프랑스 국민들은 월 19.9유로, 우리돈으로 2만7000원에 데이터는 물론, 국제전화까지 무료로 사용하고 있다.
이동통신 보조금은 통신사들의 경쟁 수단이다. 통신 3사의 망 품질, 서비스 요금이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통신사들은 ‘최신 스마트폰’을 앞세워 고객에게 “우리 것을 써달라”고 호소한다. 즉 “우리가 더 싸게 스마트폰을 줄께, 24개월 약정으로 가입해라”라는 것이다.
다만 시장 정보가 소비자의 극히 일부에게만 전달되는 문제가 나왔다. 어떤 소비자들은 정보를 발 빠르게 알고, 공짜 ‘갤럭시S5’를 샀고, 어떤 소비자는 ‘공짜’ 상술로 포장한 ‘90만원 짜리 갤럭시S5’를 사야만 했다. 이는 가격, 즉 보조금의 획일화가 아닌 정보 전달의 투명성으로 풀었어야 했지만, 정부는 엉뚱한 가격 규제의 칼을 꺼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통법은 현행 통신요금이 ‘정부 주도의 담합’과 다름없다는 핵심을 놓치고 있다”며 “보조금과 장려금은 통신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자연스런 현상인 만큼, 이를 규제하는 것은 기업의 가격 차별화 전략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발상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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